1. 서론
고추(Capsicum annuum L.)는 가지과(Solanaceae)에 속하는 다년생의 조미 채소로, 국내 원예작물 총생산액의 4%가량을 차지한다(NIHHS, 2022). 국내 고춧가루 생산액은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2018년 생산 실적은 5,269억 원으로 2000년(1,398억 원) 대비 277% 증가하였다(MFDS, 2021). 국내 고춧가루의 경우 2019년 16,924톤이 사용되었는데 이 중 국산 비중은 54.5%였으며 나머지는 주로 중국에서 수입되었다(Agro-Fisheries, 2020).
고추에는 비타민 C와 E 등 항산화 및 항암 물질이 다량 함유되어 있으며, 항염 효과 및 심혈 관계 질환 개선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바 있다(Hervert-Hernandez 등, 2010). 또한, 고추에 있는 capsaicinoids는 류마티스 관절염으로 인한 통증의 완화(Fraenkel 등, 2004), 소화계 질환 개선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다(Peng과 Li, 2010; Reyes-Mendez 등, 2018). 고춧가루는 주로 식품의 부재료로 사용되며, 우리나라 전통 식품인 김치, 고추장 등의 제조에 주로 사용된다. 고춧가루의 붉은색은 중요한 품질 요소 중 하나로서, 붉은색의 대부분은 carotenoid계 색소 중 capsanthin과 capsorubin에 기인하며, 그 외에도 고춧가루에는 β-carotene, zeaxanthin, lutein, β-cryptoxanthin 등의 밝은 오렌지색 계열의 carotenoid계 색소가 있다(Kim 등, 2004a; Topuz 등, 2011).
고춧가루의 매운맛은 붉은색과 더불어 중요한 품질 요소로서, 매운맛 성분에는 capsaicinoids인 capsaicin, dihydrocapsaicin, nordihydrocapsaicin, norcapsaicin, homocapsaicin 등이 있다. 이 중 capsaicin과 dihydrocapsaicin을 합친 양이 고추의 총capsaicinoid의 80-90% 이상을 차지하며, capsaicin과 dihydrocapsaicin의 경우 다른 capsaicinoid에 비해 약 2배 이상 강한 매운맛을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Barbero 등, 2008; Othman 등, 2011; Tanaka 등, 2010). 스코빌 지수(scovile heat unit, SHU)는 고추의 매운맛의 정도를 측정하는 단위로써 초기에는 관능 평가로 평가되었지만, 최근에 capsaicin와 dihydrocapsaicin의 함량을 이용하여 계산하는 방법이 사용되고 있다(Nwokem 2010). 기존 연구에서 국내산 고추의 품종별 capsaicin과 dihydrocapsaicin 함량을 분석한 결과(Table S1), 청양 품종에서 가장 높은 함량의 capsaicin과 dihydrocapsaicin 함량을 보였고, 품종과 관계없이 dihydrocapsaicin에 비해 capsaicin 함량이 높은 경향을 보였다(Ham 등, 2012; Hwang 등, 2011; Hwang 등, 2014; Jeon과 Lee, 2009; Kim 등, 2004a; Park 등, 2019; Yu 등, 2009).
Yu 등(2009)은 매운맛별 4등급(아주매운맛, 매운맛, 보통맛, 순한맛)으로 시판되고 있는 고춧가루 중 총capsaicinoid 함량(capsaicin과 dihydrocapsaicin 함량의 합)을 분석한 결과, 아주매운맛의 경우 총 capsaicinoid의 평균 함량이 1,453.0 mg/kg이었으며, 매운맛의 경우 평균 함량이 1,067.0 mg/kg이었고, 보통맛의 경우 평균 함량이 708.5 mg/kg으로, 순한맛의 경우 평균 함량이 207.9 mg/kg으로 보고하였다. Ham 등(2012)의 연구 외에는 시판 고춧가루 중 총capsaicinoid 함량에 관한 최근 자료는 전무한 실정이다.
농림수산식품부는 고춧가루의 표준산업규격 (KS규격)을 2015년에 최종 고시하였으며, 고춧가루의 총capsaicinoid 함량(mg/kg)에 따라 매운맛의 정도가 5단계(순한맛, 덜매운맛, 보통매운맛, 매운맛, 매우매운맛)로 등급화하였다(KS, 2021). KS규격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고춧가루의 경우 매운맛 등급을 임의로 표기하여 판매하고 있어 그 객관성이 문제가 되는 실정이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국내 시판되고 있는 고춧가루 제품을 대상으로 표기된 매운맛 등급에 따라 capsaicin과 dihydrocapsaicin 함량을 조사하고, 그 외에도 수분, ASTA(American Spice Trace Association), 유리당 함량과 같은 이화학적 품질 특성을 분석하였다.
2. 재료 및 방법
Methanol은 Burdick & Jackson(Muskegon, MI, USA), ethyl alcohol과 acetonitrile은 J.T. Baker(Phillipsburg, NJ, USA)의 HPLC grade 시약을 사용하였고, acetone은 Samchun Pure Chemical Co.(Pyeongtaek, Korea)의 special grade 시약을 사용하였다. Capsaicin(≥98.5%), dihydrocapsaicin(≥97.0%), glucose(≥99.5%), fructose (≥99%), sucrose(≥99.5%), 그리고 acetic acid(≥99%)는 Sigma Chemical Co.(St. Louis, MO, USA)에서 구매하였다.
2021년 8월에서 11월에 걸쳐 시판용 국내산 고춧가루 시료 93건을 온라인에서 구입하였다. 포장에 매운맛 정도가 표기되어 있지 않은 시료를 제외하고 매운맛 정도 표기가 되어 있는 88건의 고춧가루 시료를 표기된 매운맛 정도에 따라 5단계로 구분하였다(Table S2). 모든 실험은 2회 duplicate로 반복실험하였다. 매운맛 표기가 ‘아주 순한맛’, ‘순한맛’으로 되어 있을 경우 1단계로, ‘조금 매운맛’을 2단계로, ‘일반’, ‘보통(맛)’과 ‘보통 매운맛’을 3단계로, ‘매운맛’, ‘더 매운맛’을 4단계로, ‘아주 매운맛’, ‘매우 매운맛’, ‘청양(맵기)’으로 표기된 제품을 5단계로 구분한 뒤, 총capsaicinoid 함량 분석 결과에 따라 KS 매운맛 등급과 비교하였다.
고춧가루는 용도(예. 김장용, 양념용, 고추장용 등)에 따라 입도 크기가 달라서 분석을 위한 전처리로 고춧가루의 입자 크기를 균일하게 하여 실험을 진행할 필요가 있었다. 먼저 고춧가루를 food mixer(SNSG-1002SS, Hanil Electric, Seoul, Korea)로 곱게 분쇄한 후 30 mesh 표준체로 거른 뒤 사용하였다. 높은 수분 함량으로 인하여 잘 분쇄가 되지 않을 경우, 40°의 dry oven(JSON-150, JS Research Inc., Gongju, Korea)에서 4시간 동안 수분을 일부 증발시키고 식힌 뒤 분쇄하였다. Dry oven으로 건조 시 건조 전·후의 무게를 기록한 뒤 그 값을 건조 전 값으로 보정하여 분석 데이터를 나타내었다. 단, 수분 함량 측정은 고춧가루를 분쇄하지 않은 고춧가루 시료를 그대로 진행하였다.
Capsaicin 및 dihydrocapsaicin 함량은 Ku 등(2012)과 Namgung 등(2013)의 방법을 참고하여 분석하였다. 분쇄한 고춧가루 시료 2 g과 methanol 10 mL, 그리고 비등석 5개를 유리 시험관에 넣고 dry heating block(MaXtable H10, Daehan Science Co., Incheon, Korea)을 이용하여 90°에서 1시간 동안 가열하여 추출하였다. 상온에서 식힌 추출액을 거름종이(Whatman NO.1)로 여과하여 10 mL volumetric flask에 정용한 다음 0.2 μm syringe filter로 여과하여 고성능 액체크로마토그래피(High Performance Liquid Chromatography, HPLC)-UV detector(Agilent 1260 infinity Ⅱ, Agilent Technology)로 capsaicinoid를 분석하였다. Column은 XTerraTMRP18 column(4.6× 150 mm, 5 μm, Waters, Milford, MA, USA)을 사용하였고, 이동상은 (A) 1% acetic acid in water 및 (B) acetonitrile을 1 mL/min의 유속으로 0-4min, 40% (B); 4-15 min, 40-62% (B); 15-16min, 62-80%; 16-20 min, 80% (B)의 조건으로 capsaicin과 dihydrocapsaicin을 분리하였다. UV 검출기의 파장은 280 nm로 설정하였고, column 온도는 35°로, injection volume은 20 μL로 설정하였다. Capsaicin과 dihydrocapsaicin 표준물질은 methanol에 녹여 2.5, 5, 10, 30, 60, 120 μg/mL의 농도로 희석하여 검량곡선을 작성한 다음 정량하였다. HPLC 기기로 정량 분석된 capsaicin과 dihydrocapsaicin의 함량을 더하여 total capsaicinoid 결과값을 도출하였다.
고춧가루의 수분 함량과 붉은색 정도를 나타내는 ASTA 색도는 각각 ASTA analytical method와 AOAC법을 참고하여 분석하였다(AOAC, 2000; ASTA, 1997). 고춧가루의 수분 함량은 vacuum oven dryer(Jeio Tech, OV-11, Daejeon, Korea)를 이용하여 70°에서 약 8시간 동안 감압 건조하여 측정하였다(ASTA, 1997). ASTA 색도는 분쇄한 고춧가루 0.1 g에 acetone 100 mL을 가하여 1분간 잘 섞은 뒤 암소에서 16시간 동안 방치하여 색소 성분을 추출한 후 분광광도계(Multiskan go, Thermo Scientific, Waltham, USA)를 이용하여 460 nm에서 흡광도를 측정하고 식 (1)을 이용하여 ASTA 색도를 계산하였다(AOAC, 2000).
A : absorbance at 460 nm
W : sample weight (g)
고춧가루의 유리당 함량 분석은 Ku 등(2001)의 방법과 Lee 등(2012)의 방법을 참고하였다. 분쇄한 고춧가루 2 g에 80% ethyl alcohol 40 mL를 가하여 1분간 vortex mixer로 추출한 뒤 0.2 μm membrane filter로 여과한 다음 HPLC-refractive index(RI) detector에 20 μL를 주입하여 분석하였다. 분석을 위하여 Agilent 1260 Infinity II (Agilent Technology, Santa Clara, CA, USA)를 사용하였고, column은 YMC-Pack Polyamine II column (250×4.6 mm, 5 μm, Thermo Scientific, Waltham, MA, USA)을 사용하였다. 이동상은 acetonitrile과 water를 75:25(v/v)로 혼합한 용매를 등용매 용출법(isocratic mode)으로 1 mL/min의 유속으로 설정하였다. Column 온도는 30°를 사용하였고, 굴절 검출기의 온도는 35°로 설정하였다. 정량을 위해 80% ethyl alcohol에 녹인 fructose, glucose, sucrose 를 표준물질로 하여 작성된 표준곡선을 이용하여 각각의 함량을 계산하였다.
3. 결과 및 고찰
고춧가루 시료 중 capsaicin과 dihydrocapsaicin 함량 분석 결과는 Table 1과 S2에 나타내었다. 고춧가루 중 capsaicin과 dihydrocapsaicin 분석을 위한 대표적인 HPLC chromatogram은 Fig. 1과 같다. 분석한 고춧가루 시료에서 총capsaicinoid 함량은 60.7-1,402.0 mg/kg이었으며, dihydrocapsaicin 함량은 22.4-472.3 mg/kg, capsaicin 함량은 35.9-1,029.5 mg/kg을 보였다. 분석한 모든 시료에서 capsaicin 함량이 dihydrocapsaicin 함량보다 높았으며, 이는 기존 문헌에서도 보고된 바 있다(Ham 등, 2012; Yu 등, 2009). Yu 등(2009)의 연구에 따르면 시판 고춧가루 중 capsaicin 함량은 142.0-1,085.7 mg/kg이었으며, dihydrocapsaicin 함량은 60.8-468.5 mg/kg으로 나타났다. 또한, Ham 등(2012)은 시판 고춧가루의 capsaicin과 dihydrocapsaicin, 그리고 총capsaicinoid 함량을 각각 18.0-782.2 mg/kg, 11.8-388.2 mg/kg, 29.9-1,170.6 mg/kg이라고 보고하였다. 괴산 지역에서 2009년 생산한 13품종의 고추로 제조한 고춧가루 중 capsaicinoid 함량을 분석한 결과, 품종별로 capsaicin과 dihydrocapsaicin 함량은 각각 251.8-1,236.2 mg/kg, 119.6-628.8 mg/kg으로, 이 중 청양 고추에서 가장 높은 capsaicin함량인 1,236.2 mg/kg과 dihydrocapsaicin 함량인 628.8 mg/kg이라고 보고하였다(Yu 등, 2009).

Codex에서는 고춧가루(chili pepper)의 매운맛 기준규격을 900 Scoville units 이상으로 제안한 바 있으며, 이를 capsaicin 함량으로 환산할 경우 약 60 mg/kg이다(CCSCH, 2021). 시판 고춧가루 시료 중 총capsaicinoid 함량이 가장 낮은 시료는 총capsaicinoid 함량이 60.7 mg/kg이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 분석한 모든 시판 고춧가루의 경우 Codex의 매운맛 기준에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 고춧가루의 표준산업규격(KS규격)에서 고춧가루의 매운맛의 정도는 총capsaicinoid 함량에 따라 ‘순한맛’(mild hot, 150 mg/kg 미만), ‘덜매운맛’(slight hot, 150-300 mg/kg), ‘보통 매운맛’(medium hot, 300-500 mg/kg), ‘매운맛’(very hot, 500-1,000 mg/kg), ‘매우 매운맛’ (extreme hot, 1,000 mg/kg 이상)으로 등급화하고 있다(KS, 2021). 즉, 가장 매운맛 등급인 ‘매우 매운맛’ 고춧가루의 총capsaicinoid 최소 함량 기준은 1,000 mg/kg 이상으로 설정되어 있으며, Hungarian Food Codex의 가장 매운맛 등급인 ‘very hot’(500 mg/kg≥)에 비해 함량 기준이 두 배 높다(Codex, 2013a; Codex, 2013b). 이는 매운맛을 선호하는 한국인의 식습관이 반영된 수치인 것으로 보인다.
KS규격 기준 매운맛 정도에 따라 2013년 당시 유통 제품의 12%가 ‘순한맛’, 35.5%가 ‘덜매운맛’, 33.5%가 ‘보통 매운맛’, 17%가 ‘매운맛’, 2%가 ‘매우 매운맛’으로 분류된 바 있다(MAFRA, 2014). 본 연구에서 분석한 2021년 유통 고춧가루 시료 93건을 KS규격 기준 매운맛 정도에 따라 분류한 결과, 39.8%가 ‘순한맛’, 30.1%가 ‘덜매운맛’, 10.8%가 ‘보통 매운맛’, 7.5%가 ‘매운맛’, 11.8%가 ‘매우 매운맛’으로 분류되었다. 따라서, 2013년에는 매운맛의 중간 단계인 ‘덜매운맛’, ‘보통 매운맛’ 시료가 많았다면, 최근 유통되는 고춧가루에도 여전히 ‘덜매운맛’ 시료는 많았으나 매운맛 정도의 양 극단인 ‘순한맛’과 ‘매우 매운맛’으로 분류되는 시료가 10년 전에 비해 많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이런 경향은 소비자의 매운맛 기호가 다양해짐을 반영한다 볼 수 있겠다. 특히, 최근 소비자들의 매운맛 선호 정도에 따라 ‘매우 매운맛’은 10여 년 전 유통 시료 중 2%에 불과했으나 2021년에는 13%까지 증가하였다.
포장에 매운맛 등급이 표기된 총 88개 시료를 매운맛 등급 표기에 따라 5단계로 분류한 뒤 KS 매운맛 등급 기준에 부합하는지를 검토하였다(Table 1). 그 결과, 매운맛 등급 표기기준 1단계(표기 예. ‘순한맛’) 시료가 총 23개였고, 2단계(표기 예. ‘조금 매운맛’) 시료가 총 8개, 3단계(표기 예. ‘일반’, ‘보통(맛)’, ‘보통 매운맛’) 시료가 총 37개, 4단계(표기 예. ‘매운맛’) 시료가 총 6개, 5단계(표기 예. ‘아주 매운맛’, ‘매우 매운맛’, ‘청양 맵기’) 시료가 총 14개였다. 매운맛 단계별로 총capsaicinoid 함량 분석 결과를 비교한 결과, 대체로 표기된 매운맛 등급이 높을수록 평균 capsacinoid류 함량이 높았다. Yu 등(2009)은 농협에서 판매되는 고춧가루 중 매운맛별 4등급(아주 매운맛, 매운맛, 보통맛, 순한맛)으로 시판되고 있는 고춧가루 중 총capsaicinoid 함량을 분석한 결과, 아주 매운맛의 경우 1,378.6-1,554.2 mg/kg이었으며, 매운맛의 경우 793.2-1,189.2 mg/kg이었고, 보통맛의 경우 557.4-925.8 mg/kg, 순한맛의 경우 204.2-213.3 mg/kg으로 총capsaicinoid 함량을 보고하였다. 본 연구에서 매운맛 표기 등급별 고춧가루 시료를 분석한 결과, capsaicinoid 함량이 Yu 등(2009)의 연구에 비해 같은 등급에서도 더 큰 편차를 보였다. 예를 들어, 5단계에 속하는 고춧가루의 경우 시료별 총capsaicinoid 함량이 최소 489.7 mg/kg에서 최대 1,402.0 mg/kg으로 매우 큰 차이를 보였다. 이는 농협 하나로 마트의 시료만을 분석한 Yu 등(2009)의 연구에 비해 본 연구에서는 다양한 고춧가루 제조업체 시료를 분석하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회사별로 매운맛 정도를 표기하는 정도가 다르고, 때로는 같은 회사의 제품으로 똑같이 매운맛이라고 표기되어 있더라도 총capsaicinoid 함량이 다른 경우 또한 확인할 수 있었다(data not shown).
고춧가루 시료 포장에 표기된 매운맛 등급과 총capsaicinoid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분류된 KS규격 기준 매운맛 등급을 비교한 결과, KS 매운맛 등급과 표기가 부합되는 시료는 88개 중 45개(51.1%)에 불과하였다. 총capsaicinoid 정량 분석 결과, 시료 번호 ‘27, 28, 36, 72, 73, 79’에서는 제품에 표기된 매운맛 등급에 해당하는 KS 규격 기준 대비 높은 함량을 보였고, ‘29, 30, 37-64, 74-76, 80-83’에서는 KS 규격 기준 대비 적은 함량을 나타냈다 (Table S2). 표기된 매운맛 등급과 KS 매운맛 등급이 ‘순한맛’에서는 90% 이상 일치하였고, ‘덜매운맛’에서는 62.5%, ‘매우 매운맛’에서는 71.4% 일치하였다. 하지만, ‘매운맛’에서는 표기된 매운맛 등급과 KS 매운맛 등급이 일치하는 시료가 33.3%에 그쳤고, 이 중에는 KS규격에 따르면 ‘순한맛’ 또는 ‘덜매운맛’에 분류되는 고춧가루 시료도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보통 매운맛으로 표기되었으나 KS 규격 기준 ‘보통 매운맛’에 부합하는 총capsaicinoid 함량을 보인 시료는 18.9%에 불과했고 대부분 기준에 못 미치는 정도의 총capsaicinoid 함량인 65.1-290.6 mg/kg을 보였다. 따라서, 매운맛 정도 표기와 실제 매운맛 성분 함량이 다름에 따른 소비자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매운맛 표시는 국가기술표준원의 KS 등급 기준에 따른 표시로 통일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국내 고추 농가에서 수확한 고추 전체의 86%가 건고추 형태로 판매되며, 나머지는 생고추(주로 풋고추) 및 고추 가공품으로 판매된다(Hong과 Kim, 2013). 건고추는 생고추를 햇볕을 이용해 말리는 천일건조법, 비닐하우스 건조법, 55-60°의 건조기로 36시간 내에 건조하는 열풍건조법, 그리고 열풍건조법과 비닐하우스 건조법을 병용하는 방법 등 다양한 건조법을 활용하여 수분 함량이 15% 이하가 되도록 건조된 건고추를 이용하여 고춧가루를 제조한다 (YeongYang-gun, 2022).
고춧가루의 품질 평가에는 매운맛과 관련된 capsaicinoid 함량 외에도 수분 함량, 색상 등이 중요한 기준이 된다. 수분 함량의 경우 식품공전(MFDS, 2022)에서는 15% 이하, KS 규격(Korean Industrial Standards, 2021)에서는 13% 이하의 기준을 제시하고 있으며, Codex와 Hungarian Codex에서는 11% 이하의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CCSCH, 2021; Codex, 2013a, Codex, 2013b). 시판 고춧가루 시료 중 수분 함량 분석 결과는 Table 2와 S2에 나타내었다. 분석한 시판 고춧가루 중 수분 함량은 4.8-14.7%로 모두 식품공전 기준에 부합하는 결과를 보였으나 일부 시료의 경우 KS 규격에는 부합하지 않았다. 고춧가루의 수분 함량의 경우 색에도 영향을 주는데 고춧가루(paprika powder)의 수분 함량을 3%에서 5%로 높인 결과, 색상(hue), 명도(lightness), 채도(chroma)가 모두 감소하였다는 보고가 있다(Horváth과 Hodúr, 2007). 또한, 주로 고추장 제조에 쓰이는 고운 입자로 표기된 고춧가루 시료들의 경우 수분 함량이 대체로 낮았으며, 주로 김치용으로 쓰이는 굵은 입자로 표기된 고춧가루 시료들의 경우 수분 함량이 높은 경향을 보였다(data not shown).
시판 고춧가루 시료의 ASTA 색도 분석 결과는 Table 2와 S2에 나타내었다. ASTA 색도는 고춧가루의 붉은 색상을 평가하는 지표로서, ASTA 색도가 높을수록 고춧가루는 고품질로 평가된다(Kim 등 2004a; Kim 등, 2004b; Lee와 Lee, 1992; Mínguez-Mosquera와 Pérez-Gälvez, 1998). KS 규격에서는 ASTA 수치에 따른 고춧가루 등급을 따로 관리하고 있지 않으나, 농촌진흥청에서 고춧가루 품질 규격화(안)으로 ASTA 색도를 특상급의 경우 161 이상, 상급은 131-160, 보통은 101-130, 보통 이하를 100 이하로 제안한 바 있다(GBARES, 2006).
본 연구에서 시판 고춧가루의 ASTA색도는 43.5-121.6에 있었다. 기존 연구에서 유통 고춧가루의 경우 ASTA 색도값이 73.0-81.2로 보고된 바 있다(GBARES, 2006). CCSCH에서는 C. annuum L.로 제조한 고춧가루의 ASTA 색도가 120 이상이면 1등급(Class Ⅰ), 100-120 사이는 2등급(Class Ⅱ), 80-100의 경우 3등급(Class Ⅲ)으로 분류하고 있다. 품종 혹은 생산 지역뿐 아니라 고춧가루 색도의 경우 유통 중 상온 진열 시 탈색되거나 제분 후에 수개월 동안 보관할 경우 그 수치가 낮아진다고 알려져 있다(Rhim과 Hong, 2011).
시판 고춧가루 시료 중 유리당 분석 결과는 Table 2와 S2에 나타내었다. 국외 유통되는 고춧가루의 경우 유리당 함량이 2% 미만으로 매우 낮아 주로 매운맛만이 나는 데 반해 국산 고춧가루에는 약 15-30%의 유리당을 함유하고 있어 매운맛과 함께 단맛이 난다고 알려져 있다(Jarret 등, 2009; Ku 등, 2012).
본 연구에서 분석한 고춧가루 추출물에 함유된 유리당의 대표 HPLC chromatogram은 Fig. 1(B)에 나타냈다. 시판 고춧가루 시료 중 총유리당 함량(fructose, glucose, sucrose 함량의 합)은 6.2-17.2%를 보였으며, 그 함량이 fructose(3.7-10.5%), glucose(2.0-6.5%), sucrose(0.2-1.3%) 순으로 높았다. 이는 고춧가루 중 주요 유리당은 fructose, glucose, sucrose이며 총유리당 함량이 8.3-19.1%라고 보고한 Choi 등(2000)의 결과와 유사하였다. 노지 재배를 주로 하는 국내 고추 재배 방법으로 인해 고추 재배지와 수확 연도가 유리당 함량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며, 그 외에도 저장 기간 및 저장 온도 등에 의해서도 고춧가루의 유리당 조성은 달라질 수 있다(Cho 등, 2004; Hwang 등, 2014; Korkmaz 등, 2020).
고춧가루 중 총capsaicinoid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KS규격 기준 매운맛 정도에 따라 시료를 5개 그룹으로 분류한 뒤 매운맛 단계별로 시료에 따른 capsaicinoid 함량 분석 결과의 분포를 Fig. 2(A)-2(C)에 나타냈다. 평균 수분 함량이나 ASTA 색도의 경우 그룹별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총capsaicinoid 함량의 경우 매운맛 단계가 높아짐에 따라 평균값이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으나, 그룹 내 시료 간에 큰 편차를 보였고 특히 ‘매운맛’(500-1,000 mg/kg) 그룹에서 큰 시료 간 편차를 보였다. 또한, 유리당 함량은 매운맛 정도가 강한 단계로 갈수록 대체로 그 함량이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으나 같은 단계 내에서도 시료 간 큰 편차를 보였다.

고춧가루의 분석 항목 간 상관성을 분석하였다. 수분 함량과 총capsaicinoid 함량과의 상관성을 분석한 결과, r=−0.290으로 음의 상관성을 보이며 p⟨0.01로 유의적인 차이를 보였다. ASTA 색도와 총capsaicinoid 함량과의 상관성을 분석한 결과, r=0.221로 양의 상관성을 나타내며 p⟨0.05로 유의적인 차이를 보였다. 또한, 총유리당 함량과 총capsaicinoid 함량과의 상관성을 분석한 결과, r=−0.396으로 음의 상관성을 나타냈으며, p⟨0.01로 유의적인 차이를 보였다. KS규격 매운맛 등급 기준으로 ‘매우 매운맛’(1,000 mg/kg 이상) 등급에서 평균 총유리당 함량은 7.6%로 ‘순한맛’(150 mg/kg 미만) 등급의 평균 총유리당 함량인 11.1%에 비해 확연히 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