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우리나라 전통주인 막걸리는 멥쌀, 찹쌀, 밀 또는 옥수수 등의 곡류를 전분질 원료로 하여, 이에 누룩이나 입국을 혼합 후 발효 및 숙성 과정을 거쳐 제조된 술로 그 색이 탁하여 탁주로 불리기도 한다(Jung 등, 2021; Lee 등, 2013). 막걸리는 발효가 진행되는 동안 누룩 곰팡이에 의한 당화, 효모에 의한 알코올 발효가 일어나므로 병행복발효식품이다(Lee 등, 2021). 막걸리의 주질은 보통 알코올 도수, 총산, 향미 성분 등으로 결정되는데, 특히 알코올 도수는 당화 과정과 알코올 발효 과정에서 결정되므로 막걸리 발효에 관여하는 발효 미생물의 역할이 중요시되며 살아있는 미생물이 작용한다는 점에서 일반 주류와는 다른 독특한 풍미를 갖게 된다(Jeon과 Lee, 2011; Kim 등, 2007; Song과 Park, 2003). 하지만 막걸리의 유통과정 중에도 살아있는 미생물에 의해 발효가 진행될 수 있기 때문에 유통 기간 및 조건에 따라 미숙성 혹은 과발효된 막걸리 등 막걸리의 품질이 변하게 된다는 단점이 있다(Bae 등, 1990).
재래누룩은 다양한 전분질 원료에 자연적으로 다양한 미생물이 번식한 것으로 이러한 재래누룩을 막걸리 제조에 사용하게 되면 막걸리의 맛과 향이 풍부해질 수 있으나 재래누룩 공정 특성상 효소 역가와 균체수, 오염도 등이 불안정하여 제품의 균일성을 유지하기 어렵다(So 등, 1999b). 따라서 저장 기간에 따른 품질 특성 변화(Ji와 Chung, 2012), 발효제 및 저장 조건에 따른 생막걸리의 품질 특성 변화(Kim 등, 2017), 전통 막걸리의 저장 중 효모와 세균의 변화(Min 등, 2011) 등 막걸리의 품질 표준화를 위한 품질 특성 분석 연구가 수행되고 있다. 반면, 개량누룩은 특정한 곰팡이를 전분질 원료에 인위적으로 접종 후 배양하여 제조한 것으로 재래누룩에 비하여 막걸리의 풍미가 단순하지만, 제품 품질이 균일하게 유지되는 장점이 있다(Kwon 등, 2012). Lee 등(2012)에 따르면 재래누룩에 비해 개량누룩을 사용하였을 때 주류의 향기와 감미도 형성에 영향을 주는 유리당 함량이 유의적으로 높았으며, 관능적 특성 또한 더 우수하다고 보고한 바 있다. 그러나 전통주에 적합한 발효 미생물 선발 연구와 더불어 유용 양조 미생물을 이용한 누룩 제조와 이를 활용한 주류 개발이 미흡한 실정이다(Im 등, 2014). 또한, 누룩 및 전통주 제조 공정이 까다롭고 관여 미생물이 균일하지 못하여 규격화된 제품 생산이 쉽지 않아, 누룩 및 전통주의 품질 표준화와 고급화에 대한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So 등, 1999a).
흑보리는 유색 보리의 일종으로, 흑보리를 비롯한 유색 보리는 일반 보리보다 전자 공여능, SOD 유사 활성, lecithin 산화 저해 활성능 등이 높으며, 특히 총 폴리페놀 화합물, 총 안토시아닌 함량이 흑보리에서 높게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된 바 있어 기능성 식품의 소재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Jeong 등, 2022; Song 등, 2005).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당화력이 우수한 유용 곰팡이 3종을 배합 비율에 따라 혼합하여 누룩을 제조하고, 효소 활성 측정을 통하여 막걸리의 발효제로 적합한 누룩 제조 조건을 선정하였다. 그리고 자체 개발한 누룩을 이용하여 흑보리 막걸리를 제조하여 특성 분석을 실시하였다.
이를 통해 유용 곰팡이를 혼합하여 제조한 누룩의 막걸리 발효제로서의 적합성과 기능성 흑보리 막걸리의 개발 가능성을 확인하고자 하였다.
2. 재료 및 방법
다양한 곰팡이를 혼합하여 제조된 복합 누룩은 전분 분해력 및 산 생성 능력이 우수하고 관능적 특성도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NAS, 2017). 본 연구에서 누룩 제조에 사용한 곰팡이 균주는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발효가공식품과에서 분리한 곰팡이 중 당화력이 우수하였던 Aspergillus oryzae SU-Y, Lichtheimia ramosa KJ-WF, Aspergillus niger JA-B 3종으로 선정하였다(Jeong 등, 2022). 각 곰팡이 균주들을 5% 밀기울 배지에 접종하여 28°C, 120 rpm의 조건으로 5일간 배양 후 각각 108 spore/mL로 조절한 액체 종국을 준비하여 A. oryzae SU-Y:L. ramosa KJ-WF:A. niger JA-B의 비율을 0:1:2, 1:1:1으로 혼합하였다. 곰팡이 배양에 사용한 밀기울 배지는 밀기울을 분쇄하여 20 mesh 체로 통과시킨 후, 증류수 100 mL에 5 g을 첨가하여 121°C에서 15분간 고압 멸균하여 사용하였다(Choi 등, 2011). 전분질 원료로는 앉은키 밀과 다현 녹두를 사용하였는데, 원료의 겉껍질 부분에만 흠집이 날 정도로 분쇄한 다음 최적 침지(각각 50분, 20분) 및 증자(각각 40분, 20분) 시간에 맞추어 전처리한 후, 소형 제국기(Mini-15, Yaegaki Food Co., Hyogo, Japan)에 전처리한 앉은키 밀과 다현 녹두를 9:1 비율(kg)로 넣고 고르게 섞어주면서 35°C가 될 때까지 방랭하였다. 여기에 혼합한 곰팡이 액국을 원료의 1% (v/v)가 되도록 파종하고 heat와 fan을 작동하여 36-40°C의 온도를 유지시켰다. 20시간 후 1차 뒤섞기를 하였고, 5시간 후 2차 뒤섞기를 하여 곰팡이가 고르게 배양되도록 하였다. 2차 뒤섞기 16시간 후 제국을 완료하였고, 출국하여 50°C에서 24시간 동안 건조시킨 산곡(흩임누룩)은 -20°C에서 보관하면서 흑보리 막걸리 제조에 사용하였다.
누룩의 효소 활성 측정을 위하여 제조한 누룩 10 g에 0.5% NaCl(Junsei Chemical Co., Ltd., Tokyo, Japan)를 포함하는 10 mM acetate buffer(pH 5.0) 50 mL를 가하고, 5°C에서 12시간 이상 침출하여 이를 여과지(Filter paper No.2, Whatman International Ltd., Maidstone, England)로 여과한 것을 조효소액으로 사용하였다. 효소 활성의 분석은 양조용 효소 측정 키트(Kikkoman Co., Ltd., Chiba, Japan)를 사용하여 α-amylase, gluco-amylase 및 acidic carboxypeptidase 활성을 정량적으로 측정함으로써 분석되었다.
α-Amylase 활성을 분석하기 위하여 α-amylase 측정 키트(60213, Kikkoman Co., Ltd., Chiba, Japan)를 사용하였다. 기질인 2-chloro-4-nitrophenyl 65-azido-65-deoxy-β-maltopentaoside (N3-G5-β-CNP)는 α-amylase에 의해 분해되어 2-chloro-4-nitrophenyl β-maltotrioside(G3-β-CNP)와 2-chloro-4-nitrophenyl β-maltoside(G2-β-CNP)가 생기는데, 이들은 효소용액으로 첨가한 gluco-amylase와 β-glucosidase에 의해 분해되어 2-chloro-4-nitrophenol(CNP)가 된다. 이 CNP를 400 nm에서 정량하여 α-amylase 활성을 측정하는 방식이다. 기질용액과 효소용액을 각 0.5 mL씩 혼합한 반응액 1 mL를 시험관에 분주하여 37°C에서 5분간 예열한 다음, 0.1 mL의 조효소액을 넣고 교반하여 37°C에서 10분간 반응시킨 후 반응정지액 2 mL를 첨가하여 반응을 중지시켰다. 이를 흡광도 측정용 셀에 넣고 분광광도계(UV Spectrophotometer U-2900, Hitachi Co., Tokyo, Japan)를 사용하여 400 nm에서 흡광도를 측정하였다. Blank는 기질용액과 효소용액을 각 0.5 mL씩 넣은 반응액 1 mL를 37°C에서 15분간 가온한 후 반응정지액 2 mL를 첨가하여 혼합한 다음 조효소액 0.1 mL를 넣어 동일하게 흡광도를 측정하였다. 1 μmole의 CNP가 생성된 것을 1 unit로 정의하여 효소 활성(U)을 아래 방정식으로 산출하였다(Shirokane, 1996).
Es: 측정 시료의 흡광도
Eb: blank의 흡광도
Df: 측정 시료의 희석 배율
Gluco-amylase 활성을 분석하기 위하여 당화력 측정 키트(60211, Kikkoman Co.)를 사용하였다. 기질인 4-nitro-phenyl-β-maltoside(G2-β-PNP)가 gluco-amylase 및 α-glucosidase에 의해 분해되어 4-nitro-phenyl-β-glucoside(G1-β-PNP)가 생기는데, 이는 효소용액으로 첨가한 β-glucosidase에 의해 분해되어 4-nitrophenol(PNP)이 된다. 이 PNP를 400 nm에서 정량하여 당화력을 측정하는 방식이다. 기질용액과 효소용액을 각 0.5 mL씩 혼합한 반응액 1 mL를 시험관에 분주하여 37°C에서 5분간 예열한 다음, 0.1 mL의 조효소액을 넣고 교반하여 37°C에서 10분간 반응시킨 후 반응정지액 2 mL를 첨가하여 반응을 중지시켰다. 이를 흡광도 측정용 셀에 넣고 분광광도계(Hitachi Co.)를 사용하여 400 nm에서 흡광도를 측정하였다. Blank는 기질용액과 효소용액을 각 0.5 mL씩 넣은 반응액 1 mL를 37°C에서 15분간 가온한 후 반응정지액 2 mL를 첨가하여 혼합한 다음 조효소액 0.1 mL를 넣어 동일하게 흡광도를 측정하였다. 1 μmole의 PNP가 생성된 것을 1 unit로 정의하여 효소 활성(U)을 아래 방정식으로 산출하였다(Imai, 1996).
Es: 측정 시료의 흡광도
Eb: blank의 흡광도
Df: 측정 시료의 희석 배율
Acidic carboxypeptidase 활성을 분석하기 위하여 acidic carboxypeptidase 측정 키트(60219, Kikkoman Co.)를 사용하였다. 기질인 carbobenzoxy-L-tyrosyl-L-alanine(Cbz-Try-Ala)이 acid carboxypeptidase에 의해 분해되어 L-alanine이 생기는데, 이는 alanine dehydrogenase에 의해 분해되어 NADH가 된다. 이 NADH를 1-methoxy-5-methylphenazinium methyl sulfate (PMS)로 발색시켜 460 nm에서 정량하여 acidic carboxypeptidase 활성을 측정하는 방식이다. 1 μmole의 NADH가 생산된 것을 1 unit로 정의하여 효소활성(U)을 아래 방정식으로 산출하였다(Suzuki 등, 1999).
Es: 측정 시료의 흡광도
Eb: blank의 흡광도
Estd: 표준액의 흡광도
Ec: 발색 blank의 흡광도
Df: 측정 시료의 희석 배율
앞서 제조한 누룩과 Saccharomyces cerevisiae Y204 효모를 이용하여 흑보리 막걸리를 제조하였다. 주 ․ 부원료로 흑보리와 옥수수가루를 사용하였으며, 막걸리 최적 발효 조건을 설정하기 위하여 가수량(160%, 180%), 젖산 첨가량(0.2%, 0.5%)에 따른 흑보리 막걸리를 제조하였고 20°C, 25°C 온도 조건에서 발효하여 흑보리 막걸리 제조 및 발효 조건에 따른 품질을 분석하였다. 주원료인 흑보리 625 g을 세척하고 16시간 동안 침미 후 물 빼기를 한 다음 1시간 동안 증자하여 흑보리 고두밥을 준비하였다.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의 발효조에 흑보리 고두밥 625 g과 옥수수가루 10%(62.5 g)를 넣고 잘 섞어준 다음, 제조한 누룩 10%(62.5 g)를 넣고 가수 160%(1 L), 180%(1.1 L)하여 고르게 저어주었다. 초기 발효 중 잡균의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젖산(FUJIFILM Wako Pure Chemical Co., Osaka, Japan) 0.2%(1.25 mL), 0.5%(3.125 mL)를 넣고, 3일 전에 배양한 주모(6.25 mL, S. cerevisiae Y204)를 1%를 넣어 잘 섞어준 다음 20°C, 25°C에서 발효를 시작하였다. 막걸리 제조용 주모는 흑보리 125 g에 누룩 10%(12.5 g)를 넣고 180%로 가수(225 mL, v/w)한 다음, 건조 효모 1%(1.25 g, S. cerevisiae Y204)를 넣고 수화시킨 후, 25°C에서 3일간 발효시킨 것을 사용하였다. 발효조에서 막걸리 발효가 원활하게 진행이 되도록 발효 후 2-3일간 아침과 저녁에 1회씩 저어주었다. 발효 조건(가수량, 젖산 첨가량, 발효 온도)에 따른 막걸리의 품질 특성을 평가하기 위하여 설정한 각기 다른 조건에서 7일간 발효 후, 조여과한 여과액을 막걸리 품질 분석에 사용하였다.
최종 선정 누룩 및 제조 조건을 통해 흑보리 막걸리를 대량 제조하였다. 흑보리 고두밥 20 kg과 옥수수가루 10%(2 kg)를 주․ 부원료로 사용하여 제조하였고, 이 외의 재료들의 첨가 비율 및 제조 과정은 위와 동일하게 진행하였다. 발효 기간별 막걸리의 품질 특성을 평가하기 위하여 3일 간격으로 샘플링, 12일 차에 발효를 종료하였으며 조여과한 여과액을 흑보리 막걸리 품질 분석에 사용하였다.
여과한 막걸리 100 mL에 증류수 40 mL를 넣고 소포제를 2-3 방울 떨어뜨린 후, 증류기(VAPODEST 200, Gerhardt, Konigswinter, Germany)로 증류하였다. 증류액 80 mL에 증류수 20 mL를 넣어 혼합한 후, 밀도계(DMA 5000 M, Anton Paar Co., Graz, Austria)를 사용하여 알코올 함량을 측정하였다.
여과한 막걸리 1 mL에 1% phenolphthalein(Daejung Co., Siheung, Korea) 지시약 1-2 방울을 떨어뜨리고 0.1 N NaOH (Daejung Co.)로 중화 적정하였다. 이때, 소비된 0.1 N NaOH 용액의 양(mL)을 citric acid로 환산하여 총산도를 측정하였다.
여과한 막걸리 10 mL에 0.5% phenolphthalein(Daejung Co., Siheung, Korea) 지시약 2-3방울을 떨어뜨리고 0.1 N NaOH로 적정하였다. 여기에 중성 formalin(Daejung Co.) 용액 5 mL를 첨가한 다음, 0.1 N NaOH 용액으로 담홍색이 되었을 때까지 적정하여 유리된 산을 중화하는데 소비된 0.1 N NaOH 용액의 양(mL)을 glycine 함량으로 환산하였다.
여과한 막걸리 10 mL를 4°C, 12,000 rpm에서 15분간 원심분리(CR22G, Hitachi Co.)한 후, 상등액을 취하여 0.2 μm membrane filter(Millipore Co., Burlington, MA, USA)로 여과하여 HPLC 분석을 위한 시료로 사용하였다. HPLC 시스템은 Prominence LC-20A HPLC system(Shimadzu Co., Kyoto, Japan)을 사용하였고, 분석 컬럼은 TSKgel ODS-100V(5 μm, 4.6×250.0 mm, Tosoh Co., Tokyo, Japan), column oven 온도는 40°C로 유지하였다. 이동상으로는 8 mM perchloric acid를 사용하여 유속은 1.0 mL/min으로 조절하였다. 시료 주입량은 10 μL로 하여 UV detector(440 nm)에서 검출하였다. 표준용액은 0.1 N HCl 용액에 아래와 같은 유기산 표준물질을 용해하여 조제한 다음, HPLC로 분석 후 표준곡선을 작성하여 각 유기산을 정량하였다.
여과한 막걸리 5 mL에 5% trichloroacetic acid(Junsei Chemical Co.) 5 mL를 넣고 4°C, 12,000 rpm에서 15분간 원심분리하여 상등액을 회수하였다. 회수한 상등액에 0.02 N HCl 1 mL 또는 2 mL를 가하여 잘 녹이고, 0.2 μm membrane filter(Millipore Co.)로 여과하여 분석 시료를 제조하였다. 분석 기기는 Amino acid analysis system(L-8900, Hitachi Co.)을 사용하였고, 분석 컬럼은 PF #2622(4.6×60 mm, Hitachi Co.)를 사용하였다. Column oven 온도는 57°C, reactor 온도는 136°C로 설정하고 발색 용액으로는 닌하이드린(FUJIFILM Wako Pure Chemical Co.) 용액을 사용하였다.
다중 향기성분 분석을 위해 여과한 흑보리 막걸리 5 mL를 전자코 분석용 vial에 넣고 전자코(Heracles NEO, Alpha MOS, Toulouse, France)를 이용하여 향기성분을 분석하였다. 전자코 시스템에 주입량 5,000 μL를 유속 1.0 mL/min으로 주입하였고, 시료 당 총 5회 반복하여 측정하였다. 분석 컬럼으로는 MXT-5와 MXT-1701를 사용하여 2 flame ionization detectors (FID)로 분석하였다. 총 분석 시간은 120초로 설정하였고, 분석 시 온도는 초기 온도 40°C에서 80°C까지 초당 1°C씩 증가하며, 80°C부터는 초당 3°C씩 증가하는 방법으로 250°C에 도달할 때까지 분석하였다. 향기성분 분석 결과는 Alpha MOS 사에서 제공된 프로그램 AlphaSoft 14.2 ver. software를 이용하여 주성분 분석(principal component analysis, PCA)과 검출된 peak를 확인하였다. 모든 분석은 샘플 당 총 3반복으로 분석을 진행하였다.
3. 결과 및 고찰
본 연구에서는 흑보리 막걸리를 발효하기 위한 누룩을 곰팡이 배합 비율 별로 제조하였으며, 배합 비율은 자체 선행연구를 통해 선정하였다. A. oryzae SU-Y:L. ramosa KJ-WF:A. niger JA-B의 비율을 0:1:2로 접종하여 제조한 누룩(A 누룩)의 표면에는 L. ramosa가 우점하였고, 내외부 곳곳에는 A. niger가 분포하여 검은색을 나타내었다. 제국 기간이 경과하면서 누룩 내부에 A. niger의 분포가 점차 증가하였다. A. oryzae SU-Y:L. ramosa KJ-WF:A. niger JA-B의 비율을 1:1:1로 접종하여 제조한 누룩(B 누룩)의 표면에도 0:1:2 비율로 제조한 누룩과 동일하게 L. ramosa가 우점하였다. 제국 초반 누룩 내부에는 A. niger가 분포하다가 제국 기간이 경과함에 따라 A. oryzae가 점차 증가하여 제국 후반에는 L. ramosa와 A. niger보다 우점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누룩의 α-amylase, gluco-amylase 및 acidic carboxypeptidase 활성을 측정한 결과를 Table 1에 나타내었다. 액화력을 나타내는 α-amylase와 단백질 분해력을 나타내는 acidic carboxypeptidase 활성은 B 누룩보다 A 누룩에서 더 높았지만, α-amylase 활성의 유의 확률은 p=0.583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당화력을 나타내는 gluco-amylase 활성은 B 누룩에서 더 높게 측정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전통 누룩에서 대표적인 우점균으로 알려져 있으며, 전분 당화 과정에 핵심적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A. oryzae의 첨가 비율의 차이에 의한 것으로 생각되며, A. niger로 제조한 누룩의 경우 당화력은 다른 균종으로 제조한 누룩에 비해 낮은 활성을 보였으나, 단백질 분해력은 유의적으로 높았다는 연구 결과와 유사하다(Huh 등, 2014; Kim 등, 2020). 높은 protease의 활성은 주류의 잡미와 텁텁한 맛에 관여하기 때문에, 주류 제조 시 단순히 효소 활성이 높은 종균을 사용하는 것보다 액화력과 당화력은 우수하지만 단백질 분해력은 상대적으로 낮은 종균을 사용하는 것이 적합하다(Jeong 등, 2015; Kim 등, 2020; Park과 Lee, 2002). 따라서 A. oryzae SU-Y:L. ramosa KJ-WF:A. niger JA-B의 비율을 1:1:1로 접종하여 제조한 B 누룩을 흑보리 막걸리 발효를 위한 발효제로 사용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판단되었다.
The nuruk prepared by inoculating A. oryzae SU-Y, L. ramosa KJ-WF, and A. niger JA-B in a 0:1:2 ratio.
제조 조건을 달리하여 제조한 흑보리 막걸리의 이화학적 특성 분석 결과는 Table 2와 같다. 당도는 25°C에서 발효한 막걸리에서 유의적으로 더 높았고, B 누룩으로 제조한 막걸리보다 A 누룩으로 제조한 막걸리의 pH가 더 낮고 산도는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A 누룩으로 제조한 막걸리에서 미생물에 의한 발효가 더 진행되었음을 유추할 수 있었으나, A 누룩을 사용하였을 때보다 B 누룩을 사용했을 때 알코올 함량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20°C와 25°C 중에서도 25°C에서 발효하였을 때 알코올 함량과 아미노산도가 유의적으로 더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발아흑미를 이용하여 막걸리를 제조하여 저온(15°C) 및 상온(25°C)에서 발효한 결과, 저온 발효의 경우 상온 발효에 비해 발효 속도가 느려 동일한 알코올 농도를 얻기까지 약 3배의 시간이 소요되었으며 상온 발효 시 산도 및 유기산의 총 함량이 더 높게 측정되었고 발효 후기에 환원당 및 포도당의 함량이 더 크게 증가하였다는 연구 결과와 유사하였다(Kim 등, 2012). 이러한 차이는 온도에 따라 미생물의 성장 및 발효 진행 속도가 다르며, 결국 미생물의 알코올 발효, 젖산 발효, 초산 발효 및 기타 2차 대사 산물의 대사 과정에도 영향을 주었기 때문에 생긴 것이라고 예상된다. 또한, 가수량 160%, 젖산 0.5% 첨가 조건보다 가수량 180%, 젖산 0.5% 첨가 조건으로 제조한 흑보리 막걸리에서 알코올 함량이 더 높았다. 효소 활성 결과와 종합해 보았을 때, B 누룩을 사용하였을 때 당화력과 알코올 함량이 더 높은 것으로 확인되어 흑보리 막걸리 제조를 위한 발효제로 A. oryzae SU-Y:L. ramosa KJ-WF:A. niger JA-B 의 비율을 1:1:1로 접종하여 제조한 B 누룩을 선택하였고, 흑보리 막걸리 제조 조건은 발효 온도 25°C, 가수량 180%, 젖산 첨가량 0.5%의 조건으로 최종 선정하였다.
The nuruk prepared by inoculating A. oryzae SU-Y, L. ramosa KJ-WF, and A. niger JA-B in a 0:1:2 ratio.
선정한 조건으로 제조한 흑보리 막걸리의 발효 기간별 품질 분석을 진행하였을 때, 이화학적 특성은 Table 3과 같다. pH는 발효 기간이 경과함에 따라 pH 3.98에서 pH 4.24로 다소 증가하였고, 총산도는 발효 초기에 0.29%였으나 점차 증가하여 발효 9일 차에 0.50%를 나타내었다. 이러한 총산의 증가는 발효가 진행되면서 효모 등의 미생물의 작용으로 생성된 각종 유기산에 의한 것으로 판단된다. 총산은 막걸리의 발효 과정 중 알코올 생성 과정에서 복합적으로 생성되므로 막걸리의 발효 진행 상황과 성분 변화를 파악할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지표 성분이 된다(Song 등, 1997). 한편, 막걸리의 pH와 총산의 변화를 비교해 보면, 총산은 증가하였으나 pH는 비례적으로 감소하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So 등(1999b)의 보고와 같이 발효 과정 중 단백질이 분해되어 생성된 펩티드와 아미노산이 막걸리의 완충 능력을 높여주었기 때문인 것으로 사료된다. 당도는 2.27 °Brix에서 10.83 °Brix로 증가, 아미노산도도 0.22%에서 0.68%로 약간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원료 중 전분은 당화 amylase 작용에 의해서 큰 전분 분자가 작은 전분 분자로 분해되고 다시 glucose로 분해된다. 분해된 glucose는 알코올 발효의 기질로 이용되는 주요 성분으로 막걸리의 발효가 진행됨에 따라 알코올과 탄산가스로 분해된다. 따라서 알코올은 발효 3일 차 만에 0.16%에서 11.8%로 급격히 증가하여 12일 차에 13.48%였다.
최종적으로 선정한 조건으로 제조한 흑보리 막걸리의 발효 기간에 따른 유기산 분석 결과는 Table 4와 같다. 발효 과정 중에 생성되는 유기산은 막걸리의 산도 및 최종 pH를 결정하며, 특히 lactic acid, citric acid 및 acetic acid의 함량이 막걸리의 전체적인 맛을 결정하는 주요 유기산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Lee 등, 2009). 주류의 발효 과정에서 malic acid는 효모의 말로알코올발효(malo-alcohol fermentation, MAF)에 의해서 alcohol로 전환되며, Lactobacillus sp.와 Leuconostoc sp. 등과 같은 특정 젖산균의 말로락트발효(malo-lactic fermentation, MLF)에 의해 lactic acid와 CO2로 전환되기도 한다(Coloretti 등, 2002; Lerm 등, 2010; Liu, 2002; Volschenk 등, 2001). Lee 등(2011)에 따르면 MAF와 MLF가 적절히 이루어지면 주질의 부드러움과 청량감이 강화되며 acetaldehyde의 감소로 주류의 풍미가 개선된다고 보고된 바 있어, 현재까지도 MAF와 MLF의 효율 향상을 위한 연구들이 이루어지고 있다(Balmaseda 등, 2024; Nguyen 등, 2024; Vion 등, 2023). 본 연구에서도 malic acid의 함량이 발효 후 3일간 감소하는 것이 확인되어 막걸리 발효 과정 중 MAF와 MLF가 적절히 이루어졌음을 파악할 수 있었으며, 이로 인해 흑보리 막걸리의 부드러운 맛과 청량한 맛이 향상되었을 것이라고 기대된다. 특히 막걸리 발효에 적합한 pH를 제공하는 citric acid는 발효 직후 급격히 증가하는 경향을 보여 막걸리가 부패되지 않고 안정된 발효가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알 수 있었으며, 다량 존재 시 초산 발효가 진행되어 막걸리의 품질을 저하시키는 acetic acid는 초산균에 의해 생성되므로 acetic acid 함량이 높다는 것은 막걸리 발효 중에 초산균이 오염되었다는 것을 뜻하는데, 본 연구에서는 0.25 g/L 이하의 낮은 농도로 검출되었다(Im 등, 2012; Lee 등, 2009). 따라서 흑보리 막걸리의 발효 기간 동안 품질 저하가 발생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유기산 총 함량은 발효 6일 차까지 증가하다가 9일 차부터 약간 감소하였다. 유기산은 알코올 등과 결합하여 ester류와 같은 향미 형성에 이용되기 때문에, 발효 기간 동안 생성되었던 유기산이 흑보리 막걸리의 향미 형성에 이용되었을 것이라고 예상된다(Jin 등, 2007).
발효 기간에 따른 유리아미노산 분석 결과를 Table 5에 나타내었다. 총 32종의 유리아미노산이 검출되었으며 발효 기간이 경과함에 따라 유리아미노산의 총 함량이 점진적으로 증가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누룩 곰팡이의 단백질 분해 효소의 작용으로 발효제 원료인 밀과 녹두, 막걸리 원료인 흑보리 내의 단백질이 분해되어 유리아미노산으로 전환되었음을 시사한다(Jeong 등, 2000). 발효 종료 시점인 12일 차 기준 leucine, lysine, phenylalanine, glutamic acid, citrulline, cystine, proline이 200 μg/mL 이상의 높은 함량을 나타내었는데, 그 중 leucine, lysine, phenylalanine은 쓴맛, glutamic acid은 감칠맛, proline은 단맛을 내는 성분이고, citrulline, cystine은 무미이므로, 흑보리 막걸리는 쓴맛이 강한 편일 것이라고 예상된다. 특히 γ-aminobutyric acid(GABA)는 포유동물의 뇌와 척수에 존재하는 신경전달물질 중 하나로 뇌의 혈류를 개선하여 뇌의 대사 향상 및 의욕 저하 등의 치료제로 이용되기도 하며, 이 외에도 혈압 저하 효과, 면역 반응 조절, 불면증, 우울증 개선 등 여러 생리 활성을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Aoki 등, 2003; Jin 등, 2013; Lim과 Kim, 2009; Okada 등, 2000). Kim 등(2020)의 연구에 따르면 누룩 비율 및 온도 조건 별로 현미 막걸리를 제조하고 유리아미노산의 함량을 측정한 결과, GABA 함량은 누룩 비율 15%, 발효 온도 20°C의 조건에서 가장 높았으며 8.44 μg/mL로 나타났다고 보고하였다. 본 연구에서 제조한 흑보리 막걸리의 GABA 함량은 발효 12일 차에 128.30 μg/mL이므로 흑보리를 주원료로 제조한 흑보리 막걸리는 기능성 식품으로서의 활용 가치가 높을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Levilactobacillus brevis, Lactiplantibacillus plantarum이 GABA 생성능을 갖는 유산균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추후 흑보리 막걸리로부터 GABA 생성균 분리를 위한 미생물 군집 분석 연구가 필요한 것으로 사료된다(Park과 Oh, 2005; Park과 Oh, 2007; Park 등, 2014).
P-Ser, D,L-O-Phosphoserine; 1MeHis, L-1-Methylhistidine; 3MeHis, L-3-Methylhistidine; α-ABA, L-α-Amino-n-Butyric Acid; Ans, L-Anserine; Arg, L-Arginine; β-AiBA, β-Aminoisobutyric acid; β-Ala, β-Alanine; Car, L-Carnosine; Cit, L-Citrulline; Cys, L-Cystine; Cysthi, L-Cystathionine; EOHNH2, Ethanolamine; γ-ABA, γ-AminoButyric acid; Glu, L-Glutamic acid; His, L-Histidine; Hylys, D,L&allo-Hydroxylysine; Ile, Isoleucine; Leu, L-Leucine; Lys, L-Lysine; Met, L-Methionine; NH3, Ammonia; Orn, L-Ornithine; PEA, O-Phosphoethanolamine; Phe, Phenylalanine; Pro, L-Proline; Sar, Sarcosine; Ser, L-Serine; Thr, L-Threonine; Tyr, L-Tyrosine; Val, L-Valine.
전자코를 이용하여 분석한 흑보리 막걸리의 향기성분 패턴을 PCA 주성분 분석으로 표시하여 Fig. 1에 나타내었다. 제1주성분 값의 기여율은 99.94%, 제2주성분 값의 기여율은 0.05827%로 나타나 제1주성분 값에 의한 구분이 더 큰 것으로 확인되었다. 제1주성분 값을 기준으로 발효 0일 차인 B0 흑보리 막걸리는 8,000,000에 위치하였고 발효가 진행된 B3, B6, B9, B12 흑보리 막걸리는 -1,000,000에서 -2,500,000 부근에 분포하는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또한, 제2주성분 값을 기준으로 B3, B6, B9, B12 흑보리 막걸리를 비교하였을 때, 발효 기간이 경과함에 따라 양(+)의 위치에서 음(−)의 방향으로 이동하였으며, B9, B12 흑보리 막걸리의 제2주성분 값이 겹쳐있는 것으로 보아 발효 9일 차부터는 더 이상의 향기성분 변화가 일어나지 않음을 유추할 수 있었다.

4. 요약
유용 곰팡이 3종 A. oryzae SU-Y, L. ramosa KJ-WF, A. niger JA-B를 0:1:2 비율과 1:1:1 비율로 접종한 누룩의 효소 활성을 비교하였다. 그 결과 1:1:1 비율로 접종하여 제조한 누룩에서 당화력 및 막걸리 제조 시 알코올 함량이 유의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나 곰팡이 3종을 1:1:1 비율로 접종하여 제조한 B 누룩을 막걸리 제조용 누룩으로 선정하였다. 이를 사용해 흑보리 막걸리를 다양한 조건에 따라 제조하였고, 가수량 180%, 젖산 첨가량 0.5%, 발효 온도 25°C로 제조하였을 때 알코올 함량이 유의적으로 더 높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대용량 흑보리 막걸리를 제조 후 발효 기간에 따른 이화학적 특성, 유기산, 유리아미노산, 향기성분 패턴을 분석하였다. pH, 총산도, 당도, 아미노산도는 발효 기간이 경과함에 따라 다소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알코올 함량은 발효 3일 차 만에 0.16%에서 11.83%로 급격히 증가하여 발효 12일 차까지 서서히 증가하였다. 유기산 중 citric acid와 succinic acid는 발효 직후 급격히 증가하였고, malic acid는 발효가 진행되면서 서서히 감소하였다. Lactic acid와 acetic acid는 발효 기간 동안 큰 증감을 보이지 않아 흑보리 막걸리의 발효 기간 동안 품질 저하가 일어나지 않았으며, 주질과 향미는 향상되었을 것으로 기대된다. 유리아미노산의 총 함량은 발효 기간이 경과함에 따라 점진적으로 증가하였다. 특히 생리활성 물질로 알려진 GABA의 함량도 높은 것으로 나타나 흑보리 막걸리는 기능성 식품으로서의 활용 가치가 높을 것으로 생각된다. 향기성분 패턴을 분석한 결과 발효가 진행될수록 향기성분 패턴이 점차적으로 변화하는 것을 확인하였다. 본 연구 결과는 복합 종균을 사용한 누룩 개발 연구, 막걸리의 품질 개선을 위한 연구와 기능성 막걸리 신제품 개발 연구 등에 기초 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