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건조는 식품을 보존하기 위한 아주 오래된 방법 중 하나로 오늘날에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건조는 식품에 존재하는 수분을 제거하여 장기간 보관 가능하게 하고, 섭취가 편리하며 간식이나 요리의 부재료로 활용이 가능하다. 특히, 건조된 과일은 수분이 제거되어 높은 밀도의 영양성분 및 식이섬유를 가지며, 생과와 마찬가지로 항산화 활성(antioxidant activity)을 보인다고 알려져 있다. 높은 항산화 활성은 주로 과일 건조 시 농도가 증가되는 페놀화합물과 Maillard reaction product(MRP)의 잠재적 발생으로부터 기인된다(Bennett 등, 2011; Youn과 Kim, 2012; Piscopo 등, 2014).
식품의 인공건조에는 열풍, 동결 및 감압건조 등 여러 방법이 존재하나 일반적으로 열을 가해 가열된 공기를 강제 대류시키는 열풍건조 방법이 사용되고 있다. 열풍건조는 건조시간이 빠르고 비교적 경제적이며, 열풍건조 시 열처리가 병원균과 박테리아를 감소 및 파괴하는 동시에 효소를 비활성화시켜 식품 자체의 안정성을 증가시켜 저장 수명을 연장한다(Lee 등, 2014; Piscopo 등, 2014). 그러나 빠른 수분 손실로 인해 갈변, 수축 및 표면경화 등이 유발되어 품질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Kim 등, 2011; Kim 등, 2014). 동결건조는 식품을 동결, 감압함으로써 얼음을 승화시켜 수분을 제거할 수 있고 원재료의 색, 조직의 유지가 용이하며 복원성이 뛰어나 고품질 농산물의 건조에 사용되고 있다(Lee 등, 2014; Kim 등, 2015). 진공을 이용하는 감압건조는 과일과 같이 함수율이 높은 식품 건조 시 감압으로 증발 온도를 낮춰 건조시킬 수 있으나, 낮은 열로 인해 미생물이나 효소의 불활성화가 충분하지 않을 경우, 저장 및 유통 중 수분 흡수로 변질될 수 있는 문제점을 동반한다.
최근 과일을 이용한 다양한 형태의 가공품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국내 생산 과일 가격의 안정을 위한 돌파구로 수출, 가공분야의 확대 필요성이 인식,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건조 과실(건과) 스낵 제조업체가 증가되고 있다(Kim 등, 2013). 배는 대부분 생식용으로 소비되고 있으며, 가공량은 다른 과종에 비해 실적이 저조해 생산량의 약 4% 수준이며(KOSIS, 2017), 그마저도 대부분 음료나 고기양념의 일부로 이용되고 있어 배의 다양한 가공 방법에 관한 연구가 절실한 실정이다.
따라서 본 연구는 배 산업의 활성을 위하여 시도한 건과 제조에 관한 기초 연구로써 상품과 및 소과, 생리장해과 등 비상품과 모두를 이용해 건조 방법에 따른 다양한 배 건과의 품질 특성과 항산화 활성을 측정하여 다양한 공정 방법을 제시하고 가공 소재로써의 이용 가능성을 평가하고자 하였다.
재료 및 방법
2015년 10월 15일 적숙기에 수확된 ‘추황배’를 이용하였다. 건과를 제조하기 위해 과피를 제거하고 10 mm로 슬라이스한 과육을 가열된 공기를 강제 대류시키는 열풍건조, 감압으로 증발 온도를 낮추는 감압건조, 동결 후 감압 상태에서 얼음을 승화시키는 원리를 이용하는 동결건조 방법을 이용하였다. 각 건조방법 별 건조 온도 및 시간을 세분화하여 예비 실험한 후, 색도 및 식감을 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열풍건조는 열풍건조기(DS-124, Dooritech Co., Ltd., Gwangju, Korea)를 이용하여 50°C에서 24시간 건조하였고, 감압건조는 감압건조기(FR/GD08552-M, KyungJin Air System Co., Ltd., Daegu, Korea)를 이용하여 30°C에서 35시간 동안 건조하였으며, 동결건조기(PVTFD, Ilshin Lab., Gyeonggi, Korea)로 −70°C에서 48시간 동안 동결건조한 후 배 건과를 제조하였다.
수분함량 측정은 각 시료를 5 g씩 취하여 상압가열건조법으로 측정하였으며, 각 4회 반복 측정하여 나타내었다. 색도 측정은 색차계(CR-400, Minolta Co., Tokyo, Japan)를 이용하여 L*(명도, lightness), a*(적색도, redness), b*(황색도, yellowness)를 4회 측정하여 평균값과 표준편차로 나타내었다.
가용성 고형물 함량은 디지털 굴절당도계(Atago Corp., PR-32, Tokyo, Japan)로 측정하여 °Brix(°Bx)로 표시하였고, 가용성 당 함량은 HPLC system(Waters Corp., Milford, MA, USA)으로 분리 분석하였다. 분쇄한 건과 1 g을 초순수 물 10 mL에 혼합하여 항온수조에서 1시간 진탕한 후, 원심분리하여 상징액을 회수하였으며, 2회 반복 추출하였다. Sugar-pak I(Waters Corp., Milford, MA, USA) column을 이용하여 85°C에서 분석하였으며, refractive index detector로 검출하였다. 이동상은 HPLC grade의 초순수 물을 사용하였으며, 0.6 mL/min의 속도로 흘려주었다. Glucose, sucrose, fructose, sorbitol(Chem service, West Chester, PA, USA)을 표준물질로 사용하여 머무름 시간, 스펙트럼을 비교 분석한 후, 검량선으로부터 환산하였다.
총 폴리페놀 함량은 각 추출물 0.1 mL에 2% Na2CO3 2 mL를 가해 3분간 실온에서 반응시킨 후, 1 N Folin-Ciocalteu’s phenol reagent 0.1 mL를 첨가하여 빛을 차단한 상태로 다시 실온에서 30분간 반응시켰으며, 분광광도계(JP/U-3900, Hitachi, Tokyo, Japan)를 이용하여 725 nm에서 흡광도를 측정하였다. 총 폴리페놀 함량은 tannin acid (T0200, Sigma-Aldrich Corp., Ltd., St. Louis, MO, USA) 표준액으로 작성한 표준곡선의 흡광도 값과 비교 계산하였다.
총 플라보노이드 함량은 각 추출물 0.2 mL에 diethylene glycol(H26456, Sigma-Aldrich) 2 mL, 1 N NaOH 0.2 mL를 첨가하여 혼합한 후, 37°C로 조정된 항온수조(VS-190CS, Vision Sci., Daejeon, Korea)에서 1시간 반응시켜 420 nm에서 흡광도를 측정하였다. Quercetin(Sigma-Aldrich)을 표준액으로 표준곡선을 작성한 후 총 플라보노이드 함량을 계산하였다.
1,1-Diphenyl-2-picrylhydrazyl(DPPH, Sigma-Aldrich) 라디칼 소거활성은 Brand-Williams 등(1995)의 방법을 변형하여 측정하였다. 1 mg/mL 농도로 제조한 시료 0.25 mL와 0.15 mM DPPH 용액 1 mL를 혼합하여 상온에서 30분간 방치한 다음, 517 nm에서 흡광도를 측정하였다. 대조구는 추출물 대신 80% 에탄올을 가하여 동일한 방법으로 실험하였으며, 전자공여능력은 추출물 첨가구와 대조구의 흡광도를 이용하여 다음 식과 같이 백분율로 표기하였다.
2,2’-Azino-bis(3-ethylbenzothiazoline-6-sulfonic acid(ABTS) 라디칼 소거활성의 측정은 Re 등(1999)의 방법을 이용하였다. 7 mM ABTS와 140 mM K2S2O8을 5 mL : 88 μL로 섞어 어두운 곳에 12–16시간 방치시킨 후, 이를 absolute ethanol과 1:88의 비율로 섞어 734 nm에서 대조구의 흡광도 값이 0.70±0.02가 되도록 조절한 ABTS solution을 사용하였다. Methanol에 20 mg/mL의 농도로 맞춘 시료용액 50 μL와 ABTS solution 1 mL를 30초 동안 섞은 후 2.5분간 incubation하여 734 nm에서 흡광도를 측정하였으며, trolox(Sigma-Aldrich Corp., Ltd., St. Louis, MO, USA)를 표준물질로 사용하여 다음의 식에 의해 계산하였다.
시료 1 g을 액체 질소에 넣어 마쇄한 후 20 mL ethanol로 추출하였다. 추출물은 상온에서 30분간 ultra-sonication 후 원심분리하고, 상징액을 0.45 μm membrane filter로 여과하여 HPLC로 분석하였다(LC-20AD, Shimadzu, Kyoto, Japan). 분리용 컬럼은 ACE C18(4.6×250 mm, 5μm, Advanced Chromatograph Technologies, Aberdeen, UK)을 이용하였으며, 25°C에서 1 mL/min의 유속으로 설정하였다. 이동상은 A에 2% acetic acid가 포함된 HPLC 등급의 물, B에 0.5% acetic acid가 포함된 acetonitrile을 사용하였다. 이동상의 조건은 10%(0분), 55%(0–50분), 100%(50–60분), 그리고 10%(60–65분)로 설정하여 280 및 320 nm에서 검출하였다. 표준시약은 arbutin, gallic acid, catechin, chlorogenic acid, caffeic acid, p-coumaric acid, luteolin, quercetin, kaempferol (Sigma-Aldrich Corp., Ltd., St. Louis, MO, USA) 등을 이용하였다.
결과 및 고찰
건조 방법을 달리한 ‘추황배’ 건과의 수분 함량, 당도 및 색도를 Table 1에 나타내었다. 건조 후 수분 함량은 열풍건조 14.4±2.46%, 감압건조 15.1±4.84%, 동결건조 6.3±1.05%로 동결건조, 열풍건조, 감압건조 순으로 낮게 조사되어 동결건조가 건조율이 가장 좋았다. 과일 내 수분은 보관 시 미생물의 생장 및 증식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건조된 과일은 대부분의 수분이 제거되므로 미생물의 생장 및 증식에 의한 부패 위험을 낮추는 것이 가능하며(Lee 등, 2014; Piscopo 등, 2014), 그 중에서도 동결건조 방법으로 건과를 제조하는 것이 가장 긍정적인 효과를 보일 것으로 생각된다.
가용성 고형물 함량은 건조 전보다 약 5–6배 증가되어 열풍건조 71.4 °Brix, 감압건조 60.8 °Brix, 동결건조 69.1 °Brix로 건조방법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었다.
Hunter value의 측정은 시각적으로 균일한 색의 측정값을 제공하기 위한 방법으로 명도를 나타내는 L*값은 동결건조 처리구에서 86.1±0.93으로 가장 높았고, 열풍건조 73.3±4.02, 감압건조 72.9±2.34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a*값은 동결건조 처리구에서 −1.19±0.25로 가장 낮은 값을 나타냈으며, b*값 또한 동결건조 처리구가 11.1±0.84로 열풍건조 13.3±1.36, 감압건조 20.2±1.12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아 노란빛이 적었다. 이는 동결건조에 비해 높은 온도와 열이 가해지는 건조방법에서 기인된 결과로 chemical-physical 변화가 색소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Piscopo 등, 2014). 일반적으로 갈변은 peroxidase(POD)와 polyphenol oxidase(PPO)의 효소적 산화에 의해 발생하는 경로와 환원당과 아미노 화합물간의 특이적인 비효소적 산화로 고분자량 화합물을 생성하여 갈변 강도에 영향을 주는 경로 두 가지를 들 수 있는데(Yilmaz와 Toledo, 2005; Piscopo 등, 2014), 동결 건조한 건과의 경우, 변색이 거의 없는 것으로 보아 극단적인 저온처리로 인해 효소적, 비효소적 산화 모두 일어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된다.
당 분석 결과, 모두 sucrose, glucose, fructose 및 sorbitol 4종의 유리당이 검출되었다(Fig. 1). 열풍건조 및 동결건조한 과실은 구성당 중 sucrose의 함량이 각각 35.8 mg/mL와 36.7 mg/mL로 높게 조사되었고, 감압건조 과실은 fructose가 가장 많이 검출되었다. ‘추황배’, ‘신고’, ‘황금배’ 생과에서 수용성당 각각의 함량은 다르지만 fructose, glucose, sucrose, sorbitol의 순으로 함량이 많은 것으로 보고되어(Yim과 Nam, 2016) 다소 차이가 있는 것을 확인하였다. 특히, sucrose의 함량이 높게 조사된 것은 건과 제조 시의 온도가 sugar metabolic pathway의 sucrose synthase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는 결과로 생각되며(Li 등, 2018), 이는 도라지에서 건조 온도가 높을수록 sucrose 함량이 증가된다는 보고(Lee와 Cho, 2014)와 같은 결과로 볼 수 있다.
총 폴리페놀 함량은 동결건조 3.12 mg/g, 감압건조 2.2 mg/g, 열풍건조 1.97 mg/g의 순으로 동결건조 건과에서 총 폴리페놀 함량이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으며(Table 2), 오미자, 블루베리, 잣솔잎, 고구마에서도 건조시간 및 추출온도가 높아질수록 총 폴리페놀 함량이 낮아진다고 보고하였다(Chung 등, 2013; Lee 등, 2014; Jeong 등, 2015; Shin 등, 2015). 반면 총 플라보노이드 함량은 감압건조한 건과에서 높았으나 큰 차이는 없었다.
건조 방법을 달리한 ‘추황배’ 건과의 DPPH는 감압건조한 건과에서 25.4%로 가장 높은 활성을 나타내었으며, 다음으로 동결건조 21.3%, 열풍건조 12.1% 순으로 조사되었다(Table 2). 일반적으로 식품에 열이 가해졌을 경우, 비타민 C와 같이 열에 약한 물질이 파괴됨으로써 항산화 효능이 감소한다고 하였으며(Chang과 Kim, 2011), 본 실험에서도 높은 열이 가해진 열풍건조의 항산화 활성이 상대적으로 낮게 조사되었다.
ABTS 라디칼 소거 활성은 동결건조 19.9%로 가장 높은 활성을 나타냈으며, 감압건조 15.5%, 열풍건조 11.0%로 조사되었다. ABTS 라디칼 소거는 극성과 비극성 시료의 소거 활성 모두 측정할 수 있으므로 DPPH 라디칼 소거보다 적용범위가 넓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본 실험결과 ABTS 라디칼 소거 활성이 더 낮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는 추출물의 특성에 따라 자유라디칼 및 생성된 양이온과의 결합 정도가 다를 수 있으므로 두 기질과 반응물과의 결합 정도가 상이했기 때문에 라디칼 제거 능력에도 차이가 생겼을 것으로 생각되며(Rice-Evans 등 1996; Lee 등, 2014; Yim 등, 2016), 건조하는 과정 중 발생하는 열 또는 저온에 의해 영향을 받은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건조한 블루베리에서도 건조온도가 낮을수록 항산화 활성이 높고, 총 폴리페놀 함량이 증가할수록 DPPH 라디칼 소거 활성이 증가하여 서로 상관관계가 있다고 해석하였으며(Shin 등, 2015), 이는 본 연구결과와도 일치하였다.
건조 방법을 달리한 ‘추황배’ 추출물의 페놀화합물을 분석한 결과(Table 3), 모두 arbutin, catechin, chlorogenic acid, gallic acid 4종의 페놀화합물이 검출되었다. 열풍, 감압 및 동결건조 방법별 페놀화합물의 함량은 각각 937.12, 642.05 및 808.20 μg/g으로 열풍건조가 다른 건조방법에 비해 유의하게 높은 함량을 나타내었는데, 과일 또는 채소류의 가열처리는 세포 내 셀룰로오스 구조를 붕괴시켜 생리활성을 나타내는 물질의 이용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하였다(Hof 등, 2000; Seo 등, 2018).
Yim과 Nam(2016)은 ‘추황배’ 생과에서 arbutin, catechin, chlorogenic acid, gallic acid 및 caffeic acid가 검출되었다고 보고하였는데, 건과에서는 생과에서 검출되던 caffeic acid가 검출되지 않는 특이점을 발견하였다. 특히, caffeic acid는 chlorogenic acid 합성이나 lignin 합성에 사용되는 핵심물질로 사과, 체리, 복숭아에서도 가열로 인한 caffeic acid의 손실을 보고한 바 있으나(Szwajgier 등, 2014), 본 연구에서는 건조 온도가 낮은 동결건조 처리구에서도 검출되지 않았기 때문에 어떠한 요인에 의해 caffeic aicd가 검출되지 않은 것인지는 추후 자세한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동양배에 발생하는 생리장해에는 과피 흑변, 과심 및 과육 갈변, 바람들이, 수침현상 등이 있다(Hwang 등, 2001; Lee 등, 2014). ‘추황배’에서는 특히, 과피흑변과 과육갈변이 흔히 발생하는데, 그중 과육 갈변은 저장 중 과육의 일부 조직이 갈변된 후 증상이 진전되며 갈변 부위의 조직이 붕괴되는 장해를 말한다(Choi, 1999). 이러한 생리장해과는 생식용으로써의 상품적 가치가 상실되므로 과육갈변과를 이용하여 상품성 있는 건과 생산이 가능할 것인지 평가하였다. 그 결과, 정상과로 건조한 건과와 비교했을 때 수분함량, 당도, 색도 등 기본적인 품질에서는 큰 차이가 없었으나, 갈변된 부분이 더 선명해져 외관상 보기 좋지 않았다(Fig. 2). 따라서 이는 잘게 잘라 떡이나 빵, 파우더 제작 등 가공식품의 부재료로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되었다. 또한 ‘신고’ 위주의 편중재배로 비슷한 시기의 홍수 출하, 특정 병충해 발생으로 인한 비상품과 발생, 저장기간 중 생리장해 등 여러 문제가 발생되고 있는데, 이를 이용한 건과 제조로 배 재배농가의 소득 안정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