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고추(Capsicum annuum. L)는 가지과에 속하는 남아메리카가 원산의 작물로 우리나라에는 약 400년 전에 도입되었다(Joo 등, 1995). 현재 국내 조미채소 면적의 약 47%를 차지하는 주요 작물이며, 국민 1인당 연간 4.1 kg의 건고추를 소비하고 있다(Hong, 1999). 고추는 매운맛이 가장 중요한 특성으로 capsaicin이 주성분이며, 품종에 따라 매운맛의 정도가 다르고 vitamin C와 E 및 A가 풍부하다(Siddiqui, 2015).
고춧가루는 전통적으로 홍고추를 건조하여 제조하기 때문에 매운맛을 내기 위해 고춧가루를 첨가하면 식품 전체가 붉은색을 띄게 된다. 하지만 근래에는 식생활과 식품에 대한 기호가 다양해지면서 붉은색을 띄지 않으면서 매운맛을 낼 수 있는 식재료에 대한 필요가 생겨나고 있다(Shin과 Choi, 2011). 또한, 풋고추는 생과 상태로 저장이 어려워 수급조절과 가격안정, 보관과 사용의 편리성, 새로운 수요의 창출을 위해서도 건조를 통한 녹색 고춧가루의 개발이 요구되고 있다.
고추를 건조하는 방법으로는 천일건조와 열풍건조 방법이 많이 사용되고 있다. 천일건조는 태양열을 이용해 건조하는 방법으로 건조온도가 높지 않아 색, 영양성분의 파괴 등 품질 변화는 적지만 건조기간이 7일 이상 소요되고 기후의 영향을 많이 받아 효율이 좋지 못하며 건조 중 위생상의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Yang, 2008).
열풍건조는 건조 시간이 짧고 농가에서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으나 높은 열에 의해 고추의 색이 검붉게 변하고 영양성분이 파괴되는 단점이 있다. 이러한 문제로 인해 천일건조와 열풍건조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원적외선 건조 등의 다양한 건조방법들이 보고되고 있다(Joo 등, 1995; Park 등, 2003; Jeong 등, 2007).
송풍형 감압건조는 비교적 최근에 일부 농산물에 활용되고 있는데, 저압과 송풍을 동시에 행하는 방식으로 대기압보다 낮은 압력에서 수분이 쉽게 증발되는 현상을 이용한 건조방법이다. 열풍건조보다는 낮은 온도에서 건조가 가능하고 동결진공건조보다는 품질은 낮으나 비용이 적게 들고 건조 효율이 높은 장점을 지니고 있다. 높은 온도에서 건조 시 변색이 심한 풋고추 건조에 기대되는 건조방법 중 하나로 판단된다.
따라서 본 연구는 농가에서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열풍건조와 풋고추 건조에 효과적일 것으로 기대되는 송풍형 감압건조를 활용하여 풋고추 건조에 적합한 건조조건을 구명하고자 하였다.
재료 및 방법
‘청양’ 품종(C. annuum L cv. Cheongyang)을 본 실험에 사용하였다. 수확 다음날 현지 선별장에서 구매하여 실험실로 옮겼다. 미숙과와 과숙과를 제거하고 세척한 후 물기를 제거하여 사용하였다.
고추는 3 cm 크기로 절단하여 송풍형 감압건조기(KJ-D0311M, Kyung Jin Air System Co. Ltd, Daegu, Korea)를 이용하여 640 mmHg에서 35°C, 40°C, 45°C를 건조 완료시까지 그대로 유지하는 처리와 40°C에서 80% 이상 건조 후 45°C에서 건조(40/45°C)하는 처리를 두었으며, 열풍건조기(LMD-600R, Dae Young E&B, Ansan, Korea)를 사용하여 40°C, 50°C, 60°C를 건조 완료시까지 그대로 유지하는 처리와 50°C에서 80% 이상 건조 후 60°C에서 건조(50/60°C)하는 처리를 두었다. 건조는 최종수분함량이 13–14%가 될 때 종료하였다. 건조된 고추는 분쇄기(SMX-H4545 WS, ShinIl Industrial Co. Ltd., Seoul, Korea)로 30초간 분쇄하여 40 mesh의 채로 쳐서 280–500 μm 크기의 고춧가루를 품질평가에 사용하였다.
건조한 고추의 변색은 육안으로 관찰하여 지수값으로 수치화하였다. 종자변색은 갈변정도에 따라 4등급으로 판단하였다(Seed browning index: 0=whitish yellow, 1=brown, 2=dark brown, 3=black). 과육갈변도 변색정도에 따라 4등급으로 판단하였다(Flesh browning index: 0=green, 1=dark green, 2=51–80% browning, 3=81–100% browning). 그리고 표피백화도 백화정도에 따라 4등급으로 판단하였다(Epidermis whitening index: 0=green, 1=5–10% whitening, 2=11–50% whitening, 3=51–100% whitening).
고춧가루 5 g을 10×10 cm 두께의 40 μm oriented polypropylene(OPP) 필름에 담아 색차계(Minolta Camera Co., Ltd., Model No. CR-200, Osaka, Japan)를 사용하여 Hunter L, a, b 값을 측정하였다.
고춧가루 1 g을 증류수 20 mL에 혼합하여 25°C 항온수조에서 1시간 동안 교반하여 원심분리 후 pH meter (SevenGo SG2, Mettler Toledo, Seven go™, Schwerzenbach, Switzerland)로 측정하였다.
고춧가루 2 g을 85% acetone 20 mL에 넣고 암실에서 24시간 추출하여, 642.5 nm와 660 nm에서 spectrophotometer(Model No. Optizen 3220UV BIO, Mecasys Co. Ltd, Daejeon, Korea)로 측정한 후 다음 식으로 환산하여 정량하였다.
건조방법을 달리한 고춧가루의 수분흡수지수(water absorption index, WAI) 값과 수분용해지수(water solubility index, WSI)값의 측정은 고춧가루 1 g을 증류수 20 mL와 혼합하여 25°C 항온수조에서 120 rpm의 속도로 1시간 교반 후 원심분리(12,000 rpm, 20 min, 4°C)하였다. 고형분량은 원심분리한 시료의 상등액을 105°C에서 12시간 건조한 무게를 측정하였고, 침전물의 양은 건조하지 않고 무게를 측정하여 아래의 식을 이용하여 WAI와 WSI 값을 구하였다.
Capsaicinoid는 Namgung 등(2013)의 방법에 따라 분석하였으며, vitamin C는 식품공전 비타민류 시험법에 따라 고춧가루 2 g을 5% meta phosphoric acid로 추출하여 분석하였다.
감압건조가 열풍건조보다 낮은 온도에서도 건조가 가능하였으며, 건조시간이 단축되는 효과가 있었다. 40°C의 동일한 온도조건에서 비교해 보면 감압건조가 11시간 정도 빨랐으나 두 방식에서 각각 변색이 적게 발생되어 외관적 품질이 우수하게 나타난 감압건조 40°C와 열풍건조 50°C를 비교하면 열풍건조가 8시간 정도 빨랐다(Table 1).
변색은 건고추의 색 품질에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는데,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두 방식 모두에서 종자갈변(seed browning)과 과육갈변(flesh browning) 그리고 표피백화(epidermis whitening) 현상이 발생되었다(Fig. 1). 종자갈변은 열풍건조보다 건조시간이 긴 감압건조에서 높았으며, 각 건조방식에서는 온도가 높을수록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Table 1). 또한, 두 방식 모두에서 각각 80% 건조 후 45°C와 60°C로 승온한 처리가 단일 건조온도처리보다 종자갈변이 많이 감소하는 특이한 현상을 보였다. 이는 종자갈변에 건조온도와 시간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특히, 건조가 많이 진행된 건조후기의 건조속도가 종자갈변에 다소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판단되었다. 과육갈변은 감압건조보다 열풍건조에서 더 많이 발생되었으며, 온도가 높을수록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Table 1). 온도가 낮은 감압건조 35°C와 열풍건조 40°C에서는 전혀 발생되지 않았으며, 감압건조는 45°C에서 1.78로 가장 높았고, 열풍건조는 60°C에서 2.52로 가장 높았다. 풋고추의 과육변색에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인 색소는 chlorophyll인데, 대체로 chlorophyll a가 b보다 쉽게 변색된다(Lee 등, 2006; Cho 등, 2011). Chlorophyll은 porphyrin ring 내에 있는 Mg이 이탈되면 변색되는데 효소, 산, 알칼리, 금속, 온도, 빛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Buckle와 Edwards, 1970; Robertson, 1985; Yamauchi와 Watada, 1991; Butx 등, 2002; Schoefs, 2002; Kwak과 Kim, 2009). 고춧가루의 chlorophyll 함량과 pH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Fig. 2), 건조온도가 높을수록 pH는 낮게 나타났으며 chlorophyll 함량도 낮았다. 이는 porphyrin ring 내에 있는 Mg2+가 H+로 치환되어 pheophytin으로 전환된 것에 기인된 것으로 생각된다. 채소 건조에 대한 다른 연구에서도 온도가 높을수록, 그리고 pH가 낮을수록 chlorophyll 함량이 감소한다고 하였다(Choe 등, 2001; Ku 등, 2006; Beom 등, 2007; Kwak과 Kim, 2009).
표피백화는 풋고추 건조에서 나타나는 특이한 현상으로 이해되는데, 과피의 표피(epidermis) 조직이 다소 투명한 느낌을 띄면서 희게 보이는 증상이다(Fig. 1D). 이와 같은 증상은 건조 후반에 많이 나타나는 과육갈변과 달리 건조 초기에 많이 나타났는데, 건조방식에 관계없이 가장 낮은 온도에서 건조했을 때 많이 나타나고 건조온도가 높을수록 적게 발생되었다. 또한 낮은 온도에서 80% 건조 후 승온하여 건조를 완료한 처리(감압 40/45°C, 열풍 50/60°C)에서도 건조 초기온도가 같은 처리(감압 40°C, 열풍 50°C)와 비슷한 결과를 보여, 건조 초기 수분이 많은 과실을 낮은 온도에서 장시간 건조함에 따라 갈변과는 다른 화학적, 물리적 변화가 발생되는 것으로 사료되었다. 표피백화가 발생된 건조고추의 단면을 살펴보면(Fig. 1E), 바깥쪽에 얇은 흰색 층이 생기며 층의 안쪽은 녹색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었다. Chlorophyll 함량 조사 결과(Fig. 2A), 표피백화 현상이 가장 많이 발생된 열풍 40°C에서 chlorophyll 함량이 가장 높은 것으로 보아, 과육조직의 chlorophyll까지 파괴된 것은 아닌 것으로 판단되었다. 이와 같은 표피백화는 홍고추 건조 시 나타나는 희나리와 외관적으로는 다소 비슷해 보이지만, 곰팡이의 감염이나 천일건조 시 습한 환경에서 햇빛에 의한 손상을 막기 위해 카로티노이드 색소가 항산화제로 작용하면서 발생하는 희나리 현상과는 매우 다른 것으로 판단되었다(Lee, 2003; Lee 등, 2006). 표피백화는 과육갈변과 달리 분쇄하여 고춧가루를 만들어 육안으로 관찰하였을 때 다소 밝은 녹색을 띄며 건조방법에 따라 각각 우수한 품질을 나타낸 감압건조 40°C, 열풍건조 50°C와 큰 차이를 나타내지 않았다(Fig. 3).
고춧가루의 색도를 측정한 Hunter L, a, b 값은 두 건조방식 간에는 큰 차이가 없었으나 온도와는 매우 유의적인 차이를 나타내었다(Table 2). 색의 밝기를 나타내는 Hunter L 값은 온도가 낮을수록 높았고, 녹색의 정도를 나타내는 Hunter a 값도 온도가 낮을수록 녹색이 강하였다. 그러나 육안으로 관찰되는 녹색의 강도는 감압건조의 경우 35°C보다 40°C에서, 열풍건조의 경우 40°C보다 50°C에서 더 높게 관찰되었는데, 이는 낮은 온도에서 많이 발생한 표피백화 현상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된다(Fig. 3). 감압건조 45°C와 열풍건조 60°C는 변색이 심하였다. 육안으로 관찰되는 상품성은 감압건조 35°C와 열풍건조 40°C가 비슷하였고, 감압건조 40°C와 열풍건조 50°C가 비슷하였다. 상기 네 종류에 대한 선호도는 개인마다 상이하였는데, 고춧가루는 일반적으로 조리용으로 사용되므로 조리하였을 때의 색, 맛, 그리고 물리적 특성 등을 고려한 관능평가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되었다.
건조방식과 온도에 따른 수분흡수지수(WAI)는 건조방식에 관계없이 건조온도가 낮을수록 높았으며 수분용해지수(WSI)는 유의적인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Fig. 4). 건조 중에는 열에 의해 조직 손상이 발생하고, 가용성 고형물질이 수분과 함께 이동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수축하여 복원성을 잃거나 표면 경화현상 등의 물리적인 변화가 일어난다고 보고되고 있다(Pyun 등, 2014). 각종 채소류를 건조한 후 수분흡수능력을 조사한 보고에 따르면 낮은 온도에서 건조한 채소가 열에 의한 손상을 덜 받기 때문에 수분흡수능력이 높으며, 복원 후 품질이 높은 것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Hwang과 Rhim, 1994). 본 실험에서도 감압건조 35°C의 수분흡수능력이 4.95 g·g−1로 가장 높았으며 열풍건조 60°C가 3.49 g·g−1로 가장 낮게 나타났다. 낮은 온도에서 80% 건조 후 승온하여 건조를 완료한 감압건조 40/45°C와 열풍건조 50/60°C의 수분흡수지수는 감압건조 40°C, 45°C, 열풍건조 50°C와 비슷하여 건조 초기의 온도가 수분흡수지수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판단되었다. 수분용해지수는 감압건조 40°C가 7.21%로 가장 낮았고, 열풍건조 50/60°C가 10.43%로 높았으며, 그 외의 건조구는 건조방식과 온도에 따른 차이가 없었다.
Capsaicinoid는 고추의 매운맛을 나타내는 성분으로 capsaicin, dihydrocapsaicin, nordi hydrocapsaicin, homocapsaicin, homodihydrocapsaicin 등이 있으며 capsaicin과 dihydrocapsaicin이 90% 정도를 차지하는데 조성과 비율에 따라 매운맛의 정도가 다르다고 보고되고 있다(Attuquayefio와 Buckle, 1987; Namgung 등, 2013). 외관상 가장 우수한 품질을 나타내었던 감압건조 40°C와 열풍건조 50°C의 capsaicinoid와 vitamin C의 함량은 Table 3과 같다. 홍고추의 선행 연구결과에 따르면 건조온도에 따른 capsaicinoid의 함량은 유의적인 차이를 나타내지 않는다고 보고하였는데(Daood 등, 2006; Lim 등, 2012), 본 풋고추 실험에서도 열풍건조 50°C의 capsaicin과 dihydrocapsaicin 함량이 다소 높았으나 유의적인 차이는 없었다. Vitamin C는 열, 산소, 빛에 영향을 많이 받아 고춧가루를 비롯한 여러 건조 농산물의 품질을 평가하는 중요한 지표(Lin 등, 1998; Fellows, 2009; Lim 등, 2012)로 선행 연구 결과에 따르면 건조방법에 상관없이 건조온도가 높고 건조 시간이 길수록 vitamin C의 파괴가 많은 것으로 보고하였다(Jin 등, 2006; Lim 등, 2012; Park 등, 2014). 본 실험에서는 건조시간이 길고 건조온도가 낮은 감압건조 40°C의 vitamin C 함량이 209.97 mg·100g−1으로 열풍건조 50°C의 149.87 mg·100g−1보다 유의적으로 낮아 건조시간보다 온도에 더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상의 결과를 종합해 볼 때, 송풍형 감압건조는 열풍건조보다 낮은 온도에서 건조가 가능했으며, 건조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었다. 건조 중 발생되는 종자변색, 과육갈변, 표피백화를 고려하였을 때 최종 고춧가루의 외관적 품질은 감압 35°C와 40°C, 열풍 40°C와 50°C에서 건조한 제품이 우수하였으며, 건조온도가 낮을수록 수분흡수지수가 높아 식재료로 이용 시 복원력이 높아지는 것으로 판단되었다. 각각 건조방법에 따른 건조시간을 고려하였을 때 풋고추 건조는 감압 40°C 또는 열풍 50°C로 건조하는 것이 적절한 것으로 판단되었으며, 두 건조방식에서 capsaicinoids는 차이가 없었으나 vitamin C 함량은 온도가 낮은 감압 40°C에서 더 높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