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밀(Triticum aestivum L.)은 쌀, 옥수수와 함께 세계 3대 주요 작물 중 하나로 꼽힌다. 우리나라 1인당 연간 밀 소비량은 35.7 kg으로 빵, 국수 등 다양한 제품의 주원료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밀 전체 소비량의 95%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자급률은 1.1%로 여전히 낮은 편이다(Ministry of Agriculture, Food and Rural Affairs, 2023). 현재 국산 밀 자급률 향상 및 소비 확대를 위해 제빵, 제면 등 용도별 적합 품종 개발뿐 아니라 품질과 가공적성 개선을 위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Kim 등, 2022).
국내산 밀을 식품 가공소재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수확 후 품질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밀 수확 시기는 벼 이앙시기, 장마와 겹쳐 단기간에 수매가 이루어지며, 대부분 개별 농가에서 건조 후 수매가 진행되고, 출하 전까지 대부분 일반 창고에 저장되고 있는 실정이다(Son 등, 2014). 저장 과정 중에는 해충 또는 미생물 생육으로 인해 품질이 저하될 우려가 있으며(Schmidt 등, 2016), 외기 조건 등 유통환경과 포장재의 특성에 따라 품질 변화가 유발될 수 있다(Awol 등, 2024; Yoon 등, 2007). 국내에서 발표된 밀 저장에 따른 품질 특성에 관한 연구로 일반창고와 사일로 저장에 따른 단백질 침전가 등 이화학적 변화에 관한 내용이 중심(Son 등, 2014)이었으나, 미생물 생육 변화에 따른 품질 특성에 관한 연구는 미흡한 실정이다.
2010년대 이후로 플라즈마를 활용한 농식품 살균 기술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플라즈마는 기체에 에너지가 가해져 이온과 전자 등으로 분리된 상태로 일반적으로 물질의 제 4상태라고 일컬어진다. 이 상태에서는 이온과 전자가 동일한 수로 존재하는 전기적 준중성상태를 유지하며 전기전도성이 매우 크다. 플라즈마는 하전 입자 외에도 반응성이 높은 활성 라디칼과 자외선 등을 포함하고 있어, 물리적, 화학적 처리를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Du 등, 2024; Lee 등, 2017). 다양한 종류의 플라즈마를 활용하여 곡류 및 그 가공품의 미생물 감소를 위한 연구가 진행된 사례는 있으나(Charu 등, 2024; Lee 등, 2023; Woo 등, 2017), 밀의 저장성 향상을 위한 플라즈마 적용 연구는 아직까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이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국내산 밀의 저장성 확보를 위한 기초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밀을 수확한 후 포장방법과 플라즈마 저장에 따른 미생물 생육 변화, 종실수분 함량 및 지방산가 변화를 관찰하고자 하였다.
2. 재료 및 방법
본 연구에 활용한 밀은 새금강 품종으로 전라남도 광주에서 재배 및 수확하여 사용하였다. 본 연구에 활용한 밀의 수분함량은 11.37%였으며 조단백, 조지방 및 조회분 함량은 건물기준으로 각각 14.63, 1.62 및 1.69%였다. 실험에 사용한 시약으로 미생물 분석 시 사용한 배지는 total plate count agar, YM agar는 Difco Laboratories(Detroit, MI, USA)사에서 구입하여 사용하였다. 지방산가 분석에 사용한 benzene, ethanol, phenolphtalein, potassium hydroxide는 Sigma-Aldrich(St. Louis, MO, USA)에서 구입하여 사용하였다.
수확한 밀 원맥은 마대자루(폴리프로필렌, 45×66 cm, 20 kg) 및 진공포장(polyethylene bag, 2 mL O2/m2/24 h at 0°C; 20×20 cm; Sunkyung Co., Ltd, Seoul, Korea)하여 플라즈마 및 저온저장고에 보관하여 각각 1, 3, 5, 8개월 차에 시료를 채취해 분석하였다. 종자 저장은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플라즈마기술연구소(전라북도 군산)에서 운영 중인 플라즈마 저장시스템을 활용하였다. 저장고의 크기는 6×2.4×2.6 m3(길이×폭×높이)로 약 38 m3의 부피이고 내부에 플라즈마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플라즈마 시스템은 운전 조건에 따라 O3, NO, NO2 등이 생성되는데, 본 연구에서는 운전조건을 조절하여 오존만 생성되도록 조절하였다. 플라즈마 시스템의 운전은 5분 주기 중에서 실제 방전은 약 5초만 유지되고 나머지 295초는 휴지를 갖는 간헐적 방전으로 운전하였다. 이 때, 저장고 내부의 오존 농도는 약 350-500 ppb를 유지하였으며(Fig. 1), 온도는 4°C였다. 비교 실험을 위한 일반 저온저장은 국립식량과학원 중부작물부 내 저온저장고(4°C)를 이용하였다. 저장고의 크기는 8× 5×2.8 m3(길이×폭×높이)로 약 112 m3의 부피이고 데이터 로거는 Testo Co.(Gewerbestr, Germany)에서 174H 제품을 구매하여 측정을 하였고, 8개월 동안 1.0-4.5°C의 균일한 온도를 유지하였다(data not shown).

저장조건에 따른 밀의 미생물 생육 변화를 알아보기 위하여 일반미생물 및 곰팡이 수를 측정하였다. 즉, 시료 3 g에 멸균된 식염수(0.85% NaCl) 27mL을 추가한 뒤, Bag mixer(Model 400, Interscience, St. Nom, France)를 이용하여 120초간 혼합하였다. 이후 10진 희석법을 사용하여 희석한 용액을 total plate count agar(Difco Laboratories)와 YM agar(Difco Laboratories)에 도말하였다. 미생물 증식은 표준 한천 배양법에 따라 일반 호기성 미생물은 35°C에서 48시간, 곰팡이는 25°C에서 5일간 배양한 후 계수하였다.
저장방법에 따른 밀의 수분함량 및 지방산가 변화를 분석하였다. 밀 종실의 수분함량은 AOAC(2000) 방법에 의하여 105°C 상압가열건조법으로 측정하였다. 지방산가의 경우 적정법(AOAC Official Method 939.05)을 일부 변형하여 측정하였다(Kim 등, 2007). 즉 분쇄한 밀 20 g에 50 mL benzene을 넣고 30분 진탕하여 유리 지방산을 추출하였다. 이를 원심분리(5,000 rpm, 10분) 하여 상등액 25 mL을 취한 후, 동량의 alcohol-phenolphthalein을 혼합하여 0.0178 N KOH 용액으로 분홍색을 띨 때까지 적정하여 산출하였으며, 그 계산식은 다음과 같다.
3. 결과 및 고찰
저장방법에 따른 밀의 미생물 생육 변화를 Table 1 및 2에 나타냈다. 일반미생물 분석결과 저장 초기에는 검출한계 이하(<101 CFU/g)였으며, 저장환경과 포장방법에 따라 미생물 생육이 차이를 보였다. 마대포장 시 일반 저온 저장 1개월부터 미생물이 생육한 반면, 플라즈마 저장 5개월까지는 검출한계 이하(<101 CFU/g)였으나 8개월 차에는 1.63 log CFU/g 검출되었다. 진공포장 시 일반 저온 저장 및 플라즈마 처리에서 저장 1개월 차에서는 미생물이 검출한계 이하(<101 CFU/g)로 나타났으나, 저장 3개월 차에서는 각각 1.73 및 1.66 log CFU/g으로 증가하였다. 저장기간이 경과함에 따라 계속 증가하여 8개월 차에는 각각 1.88 및 1.92 log CFU/g이 검출되었다(Table 1). 곰팡이 생육 분석 결과, 일반 미생물과 유사한 경향을 나타내었다. 마대포장 시 일반 저온 저장 1개월 차부터 곰팡이가 1.90 log CFU/g 생육한 반면, 플라즈마 저장 5개월까지는 검출한계 이하(<101 CFU/g)였으나 8개월 차에 2.05 log CFU/g 검출되었다. 진공포장 시 일반 저온 저장 및 플라즈마 처리 모두 저장 1개월 차에서 곰팡이수가 검출한계 이하로 나타났으나, 저장 3개월 차에서는 각각 1.36 및 1.66 log CFU/g으로 나타나 증가하였다. 저장기간이 증가함에 따라 점차 증가하여 저장 8개월 차에는 각각 2.25 및 2.39 log CFU/g이 검출되었다(Table 2). 플라즈마 저장 시 마대 포장하였을 때 미생물 생육이 더 억제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플라즈마 처리 시 발생하는 활성종이 마대 포장 시 내부에 침투되어 미생물 생육을 억제한 것으로 사료된다(Sirohi 등, 2021). 본 연구에 사용된 플라즈마 시스템에서 발생되는 활성종은 O3, NO, NO2 등의 RONS (reactive oxygen and nitrogen species)가 있다. 이 활성종은 플라즈마 운전조건에 따라 종류 및 농도를 조절할 수 있는데 고온에서는 질소계활성종이 저온에서는 산소계 활성종이 많이 생성된다. 본 연구에서는 저온 저장고에서 5분 중 약 5초만 방전하는 방법을 통해 오존만 생성되도록 조절하였으므로 연구에 사용된 플라즈마 활성종은 오존으로 생각할 수 있다. 오존 등의 산소계 활성종은 미생물 세포막을 통해 확산되면서 세포막의 지질과 단백질, 그리고 세포 내의 DNA와 같은 거대분자들과 반응하여 미생물 세포사멸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Woo 등, 2017). Niemira(2012)의 보고에 따르면 플라즈마에 의한 미생물 저감 효과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는 플라즈마 방전 가스, 에너지 수준, 처리 시간 등과 같은 플라즈마 처리 공정의 요소뿐만 아니라, 미생물의 종류, 식품의 구성 성분 및 표면 상태 등이 포함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본 연구결과를 기반으로 향후 플라즈마를 활용한 밀 저장 조건 확립을 위한 후속연구가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밀을 포함한 곡물은 수확 후 약 1년간 저장을 하게 되는데, 저장 중에 해충의 직접적 가해는 미생물 생육뿐만 아니라 수분 함량 감소 등 품질과 발아율이 저하될 우려가 있다. 특히 밀 저장과정에서의 수분함량은 품질 유지와 안정성 확보에 핵심적인 요소이다. 수분함량이 12-14%를 초과하면 곰팡이, 미생물 및 해충이 발생하고 곡물 발아를 촉진하여 저장 안정성이 저하될 뿐만 아니라 독소 생성을 유발할 수 있다(Rubillos 등, 2024). 또한, 곡물에 함유된 지질은 저장 중 산소와 접촉하여 산화되거나 유리지방산으로 분해되는데 이와 같은 지질 산화물은 헥사날과 같은 카르보닐 화합물을 형성하여 풍미를 변화하거나 쓴맛을 내는 등의 품질 변화를 유발할 수 있다(Ziegler 등, 2021). 이에 따라 밀 저장방법에 따른 종실 품질 특성 변화를 알아보기 위해 수분함량과 지방산가를 측정하였다.
종실 수분 함량을 측정한 결과 저장 전 수분 함량은 11.37%였으며, 저장기간이 증가함에 따라 수분 함량이 증가하였다(Table 3). 플라즈마 및 일반 저온 저장 시 마대 포장 처리군이 진공으로 포장했을 때 보다 수분 함량이 유의적으로(p<0.05) 높은 경향을 보였다. Son 등(2014)의 보고에 따르면 국산 밀 수매 현장에서 저장기간 동안 원맥의 품질저하를 막기 위하여 12% 이하로 건조하여 수매를 실시한다고 하였다. Lee 등(2002)은 보리 저장 시 저장창고에 단열처리가 되었더라도 여름에 상대습도가 높으면 벽면에 결로현상이 생겨 품질 변화가 발생이 되기 때문에 고품질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저장방법 확립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상을 종합하여 볼 때, 수확한 밀을 저장할 때 진공 포장이 마대 포장보다 저장 중 종실 수분함량 증가폭을 낮추는데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저장 중 수분 함량 변화를 제어할 수 있는 최적 플라즈마 저장 방법 확립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저장방법에 따른 밀의 지방산가 변화량을 Table 4에 제시하였다. 저장기간이 증가함에 따라 플라즈마 및 일반 저온 저장처리군 모두 지방산가가 증가하였다. 저장 종료(8개월) 기준으로 포장방법에 따른 플라즈마 및 일반 저온 저장 시 지방산가의 유의미한 차이는 없었다. Kwak 등(2015)은 현미 저장 중 지방산가는 온도가 높을수록, 저장기간이 길수록 증가하고 특히 함수율이 높으면 지방산가는 더 크게 증가한다고 보고하였으며, 이는 본 연구결과와 유사한 경향이었다. 플라즈마에는 반응성이 높은 라디칼, 이온 등이 시료에 함유된 지질을 산화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Roehm 등, 1971). 그러나 본 연구결과 플라즈마 및 일반 저온 저장고에서 밀을 저장하였을 때, 저장기간이 증가함에 따라 지방산가가 높아졌는데, 이는 플라즈마 처리보다는 종실 수분 함량의 증가에 따른 결과라고 판단된다.
플라즈마 저장 중 포장방법에 따른 밀의 품질 변화를 분석한 결과 마대포장 후 플라즈마 저장 시 밀의 미생물 생육 억제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되나 종실 수분 함량 유지 및 지방산패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저장조건 확립에 관한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4. 요약
국내산 밀의 저장성 확보를 위한 기초기반연구로 플라즈마를 이용해 밀 포장방법에 따른 미생물 생육 변화와 종실 수분 및 지방산가 변화를 관찰하였다. 본 연구에서 사용한 밀은 ‘새금강’ 품종을 이용하였으며, 마대 및 진공 포장을 하여 저장하였다. 플라즈마 저장조건은 온도 4°C, 오존 농도 350-500 ppb이었다. 대조군은 4°C 저온저장고에서 저장하였으며 저장기간은 0, 1, 3, 5, 8개월이었다. 미생물 분석 결과 마대포장 처리군은 일반 저온 저장 1개월 이후부터 미생물이 생육한 반면 플라즈마 저장 5개월까지 검출한계 이하(<101 CFU/g)를 유지하였다. 진공포장의 경우 플라즈마 및 일반 저온 저장 모두 3개월 차부터 저장기간이 경과함에 따라 소폭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저장방법에 따른 밀 종실 수분 함량은 11.37%였으며, 플라즈마 및 일반 저온 저장 시 마대 포장 처리군이 진공 포장 처리군보다 수분 함량이 높은 경향을 보였다. 저장 중 지방산가 변화를 분석한 결과 저장기간이 증가함에 따라 플라즈마 및 일반 저온 저장처리군 모두 지방산가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상의 결과를 종합하여 볼 때 밀을 진공포장 후 플라즈마 저장 시 밀의 미생물 생육 억제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되나 종실 수분 함량 및 지방산패를 최소화할 수 있는 최적 저장조건 확립에 관한 후속연구가 필요하다고 판단된다.